(서울=연합뉴스) 4개월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11월5일)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첫 TV 토론 후 바이든에 대한 후보 사퇴 압박이 비등해지더니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분위기 속에서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를 겨냥한 암살 시도까지 벌어진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어느 국가에서든 어떠한 이유로든 폭력과 테러는 용납해선 안 될 일이다.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야외 유세를 벌이던 중 총격을 받았다. 그는 귀에 피를 흘리며 경호원에 둘러싸여 긴급히 유세장을 빠져나갔으며 총알이 귀밑을 스쳐 지나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사살됐고 유세를 지켜보던 1명도 목숨을 잃었다. 미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로 규정했다. 총격범은 유세장 밖 높은 건물 위에서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펜실베이니아 거주 20세 백인 남성'으로 알려진 범인이 사살되면서 이번 사건의 자세한 경위나 배후가 곧바로 드러날 가능성은 작지만, 그 내용에 따라 대선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총격받은 직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대피하는 상황에서도 지지자들에게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는 장면이 목격됐다. 고령에 인지력 논란까지 겹쳐 후보 사퇴 압박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과 대비되는 이런 모습은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미 언론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은 민주당 안팎에서 여전히 거센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2일 사설에서 "바이든은 그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음을 부정하고,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길 거부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퇴 용단'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 대선이 임박할수록 여러 돌발 변수로 인해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되레 커지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으로 양 진영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수도 있다. 벌써 공화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측에서 암살 시도를 유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할 예정인 민주당의 후보 교체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섣불리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나라인 미국의 대선 판도와 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나리오별 모든 가능성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대비는 정부 당국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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