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날까지도 적임자 고심…장남이 "진정한 신봉자" 설득

입력 2024-07-16 10:38   수정 2024-07-16 16:29

트럼프, 전날까지도 적임자 고심…장남이 "진정한 신봉자" 설득
"'총격 이후 관여' 부인 멜라니아, '과격발언 누그러뜨릴 러닝메이트' 선택 당부"
최종후보 밴스·루비오·버검 3파전…당사자에게 발표 20분전에서야 통보
러닝메이트 선정 막전막후…"전날까지도 전용기 안에서 가족·보좌진에 계속 물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 첫날인 15일(현지시간)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J.D.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을 택하기까지 사실상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후보군은 밴스 의원을 포함해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 3명이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선택 과정에 대해 잘 아는 3명의 인사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밴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하기 24시간 전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밀워키로 전날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보좌관들에게 자신의 선택에 관한 장단점에 대해 계속해서 물었다고 한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트루스소셜을 통해 밴스 낙점을 알리면서 "오랜 숙고와 생각"을 거쳤다고 언급했다.
그 이전에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았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이후 보다 깊이 관여하게 됐다. 그는 남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레토릭(수사)을 누그러뜨리고 이에 도움이 될 러닝메이트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더 호전적이고 이념적으로 보이는 밴스 의원을 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버틀러 유세 전 최종 후보군 세 명과 각각 이야기를 나눴다. 밴스 의원과 루비오 의원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만났고, 버검 주지사와는 전화로 대화가 이뤄졌다.

밴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택한 데에는 아들 도널드 주니어와 전 폭스뉴스 앵커이자 극우 논객 터커 칼슨 등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밴스 의원이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장 충성할 것이며, 밴스 의원이 '러스트벨트' 지역인 오하이오주 빈민층 출신이란 점을 고려할 때 주요 격전지역에서의 승리에 필수적인 노동층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미 CNN 방송은 보도했다.
이들은 또 밴스 의원의 아내 우샤 밴스가 인도 이민자의 자녀라는 점을 들어 소수계 유권자들에게도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설득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며칠간 아버지가 선택지를 놓고 미적거릴 때 밴스 상원의원을 강하게 밀었다고 CNN이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플로리다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에서의 심야 만찬에서 아버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밴스가 '트럼프 어젠다'의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강력 권고했다는 것이다.
나이도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밴스 의원이 당선될 경우 그의 나이는 취임일 기준 40살이다. 미 역사상 세번째로 젊은 부통령이 되는 셈이다.
81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최고령이란 점을 고려하면 젊은 피를 수혈해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전했다.

반면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자신은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자신이 플로리다주 거주자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미 헌법은 같은 주 출신의 정·부통령 선출을 금지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루비오 의원은 사람들에게 사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워싱턴DC로 이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루비오 의원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등과 관련, 그가 대선 레이스를 함께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어했다고 NYT는 전했다.
버검 주지사는 최근 몇 주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보다 집중적으로 노력했지만, 부통령보다는 장관이 더 나을 것 같다는 트럼프 주니어의 말에 발끈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왜 자신이 다른 후보들보다 나은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로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고심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러닝메이트 발표하기 20분 전에야 당사자인 밴스 의원에게 이를 통보했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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