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안정·재건 추진하는 스타머에 타격"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본 게싱(50)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이 부적절한 선거 기부금 수령 등의 논란 끝에 취임 4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로이터 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게싱 수반은 16일(현지시간) 자치정부 수반과 웨일스노동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제러미 마일스 경제에너지장관과 줄리 제임스 주택장관 등 장관 4명이 정부 수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면서 동시에 사임해 내각이 와해한 데 따른 조처다.
잠비아 태생으로 유럽의 사상 첫 흑인 행정부 수반이 된 게싱은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각종 논란 속에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당 대표 경선 기간 환경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재활용 업체 대표로부터 20만 파운드(약 3억6천만원) 넘는 정치 자금을 기부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각료 간 문자 메시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해나 블라이신 사회협력장관을 조사 절차 없이 해임했다가 내각의 반발을 야기했다.
웨일스민족당은 지난 5월 웨일스노동당과 협력 관계 종료를 선언했고, 지난달에는 웨일스 의회에서 게싱 수반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통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속력은 없어 게싱 수반은 당시 사임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사임을 발표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적 동기에 따른 주장"이라며 "사익을 위한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게싱 수반이 앞으로 후임 웨일스노동당 대표 선출 절차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웨일스민족당은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웨일스 의회 60석의 절반인 30석은 노동당이 갖고 있으며 웨일스보수당과 웨일스민족당이 각각 16석, 12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선거가 2021년 5월에 치러져 다음 선거는 2026년 5월까지 실시하면 된다.
영국의 국방과 외교 등 권한은 영국 정부에 있으며, 구성국인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자체 정부와 의회를 두고 교육과 보건, 경제개발 등 분야에서 자치권을 행사한다.
영국 언론은 게싱 수반의 사임이 약 열흘 전 취임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가 게싱 수반에 대한 지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웨일스의 정치적 혼란은 불과 1주일여 전 구성국을 순방하며 영국 안정화와 재건을 약속했던 스타머 신임 총리에게 타격"이라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낸 성명에서 "본은 유럽 국가 최초의 흑인 지도자라는 데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그는 웨일스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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