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이길 것. 바이든 훨씬 앞서"
케네디 주니어는 완주 입장…장남이 영상 올린 것에 사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송상호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통화하면서 후보 사퇴를 회유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두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 다음 날인 지난 14일 통화하는 영상을 케네디 주니어의 장남 보비 케네디 3세가 이날 온라인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영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신에 대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하는 소리가 케네디 주니어의 스피커폰을 통해 들린다.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관련 음모론을 제기하며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아에 접종하는 백신의 양이 놀랍다면서 "몸무게가 10파운드(약 4.5kg)이나 20파운드인 아기가 아니라 말(horse)을 위한 백신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 후) 아기가 갑자기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난 이를 너무 많이 봤다"며 "그런데도 백신이 아무 영향이 없다고들 하죠? 하지만 자네와 난 오래전에 이에 대해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를 요청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난 자네가 뭔가를 하면 정말 좋겠다. 난 이게 자네를 위해 너무 좋고 매우 큰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케네디 주니어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래"(Yeah)라고 말했으며 통화 중 다른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그를 훨씬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케네디 주니어에게 피격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 통화를 소개하면서 "매우 좋았다"고 묘사했다.
이어 "그(바이든)가 나한테 전화했고 그는 '어떻게 오른쪽으로 움직이기로 정했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순간 차트를 보기 위해 머리를 돌렸고 그 덕분에 총알이 머리를 피해 오른쪽 귀 윗부분만 관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귀에 난 상처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큰 모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는 통화 다음날인 지난 15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밀워키에서 회동했으며 이 때문에 케네디 주니어가 선거를 중단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이후 케네디 주니어는 사퇴할 계획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양쪽의 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돼 양쪽 모두 경계하고 있다.
리스 스미스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대변인은 WP에 케네디 주니어에 대해 "이 선거에서 승리할 길이 없으며 트럼프를 돕기 위한 훼방꾼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케네디 주니어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사과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했을 때 나는 캠프 비디오 작가와 촬영 중이었다"며 "촬영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어야 했다. 영상이 올라가 창피하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 밝혔다.
영상을 올린 보비 케네디 3세는 X에서 "난 이런 종류의 대화는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여기서 트럼프는 내 아버지에게 어린이 백신 접종에 대한 그의 진짜 생각을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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