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남매 워킹맘·독일 최초 女국방장관…2019년 EU수장 깜짝 발탁
우크라전에 '독해진' 리더십…소통·협의부족에 "여왕행세" 비판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에 재선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지도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평가는 그가 처음 EU 행정부 수반에 선출된 2019년 당시와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독일 국적의 폰데어라이엔은 5년 전 다른 유력 후보가 EU 정상들의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던 상황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깜짝 발탁됐다.
독일 국내 정치권에선 '포스트 메르켈'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력이 화려했지만, 그때만 해도 EU 무대에서의 경험은 전무했다. 당시 유럽의회 인준투표도 간신히 통과했다.
당시 외신들도 폰데어라이엔 개인의 정치적 역량보다는 7남매를 둔 '만능 워킹맘',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역임에 이어 '유리천장'을 깨고 최초의 EU 여성 행정부 수반이 됐다는 이력에만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EU 정상 간 '밀실 협의'에서 낙점됐다는 이유로 '낙하산' 혹은 '어부지리'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인구 약 5억명, 경제규모 면에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공동체를 이끌기 위한 정책 비전이 분명하지 않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무게감이 달라진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쟁 초반부터 대(對)러시아 제재,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 추진 등 집행위가 보유한 거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해 러시아에 강력히 대응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확고한 지지 입장도 주도했다는 평가다.
이에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2022년 연말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최근 들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한층 강경해졌다.
지난해 그는 중국과 경제적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대(對)중국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불공정 경쟁'을 명분으로 역외보조금규정(FSR), 반(反)보조금 조사 등 통상조치를 총동원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산 전기차 잠정 관세율을 최고 47.6% 수준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발표한 공약집에서 중국의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를 '억지'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 강화도 천명했다.
한층 '독해진'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주요 정책 결정 시 국무위원 격인 나머지 집행위원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는 등 소통이 부족하고 독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왕인 양 행세한다"고 꼬집는 이들도 있다.
아울러 주제가 정해져 있는 기자회견을 제외하면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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