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조3천억원 가로챈 혐의로 기소…혐의 12개 중 9개 유죄평결
NYT "놀라운 궤적의 종착점"…'트럼프 책사' 배넌과도 친분
(서울·베이징=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폭로를 이어온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망명지인 미국에서 수억 달러를 가로챈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뉴욕 연방남부지법 배심원단은 심리 나흘째인 이날 공갈 모의, 주식 사기, 자금 세탁 모의를 포함해 궈원구이에게 적용된 12개 혐의 중 9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앞서 궈원구이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온라인 추종자들을 속여 최소 10억달러(1조3천억원)를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3월 체포된 뒤 기소됐다.
선고는 오는 11월 19일 내려질 예정이다. 궈원구이는 수십 년의 징역형을 살거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국으로 인도될 수도 있다.
그는 중국에서도 강간과 뇌물 수수, 사기 등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다. 궈원구이는 이런 혐의를 부인하며, 중국공산당의 부패를 폭로한 자신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이라고 주장해왔다.
NYT는 "이번 유죄 평결은 중국에서 호텔을 짓고 부동산 중개회사를 인수해 큰 부를 쌓은 궈원구이에게는 놀라운 궤적의 종착점"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궈원구이는 중국 정부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신청한 도망자"라며 "우리는 관련 보도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중국 시골에서 태어나 부동산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궈원구이는 자신의 후원자인 마젠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이 구금되자 2015년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미국에서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6천800만 달러(약 940억원)짜리 펜트하우스를 구입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써준 추천서 덕분에 건물 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미국 우파와 친하게 지내며 정치적 관계를 다져왔다. 오는 11월 미 대선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책사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대표적이다.
궈원구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7년 초 플로리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리조트인 마러라고의 클럽 회원이 됐다.
궈원구이는 이 시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이자 반부패 사정 작업을 주도했던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의 비리를 고발하는 등 중국 지도부 부패상을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궈원구이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그의 사업은 합법적이며, 반공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죄 평결 후 뉴욕 남부지검 대미언 윌리엄스 검사는 성명에서 "수천명의 온라인 추종자들은 궈원구이가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희생당했다. 이제 그의 수법은 끝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공모자로 지목된 배넌 전 수석전략가와 궈원구이의 연계를 들여다봤지만 기소하지는 못했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현재 의회모욕죄로 징역 4개월 복역 중이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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