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영장 청구·이재용 영장 발부 판사…부담스러운 카카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노재현 기자 = 카카오[035720]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자 카카오가 술렁이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041510] 인수 관련 불법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면서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검찰의 영장 청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 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 배정 소식에 초긴장하는 분위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352820]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다.
SM 지분 매수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음을 강조해온 변호인단은 영장 청구에 유감을 표하며 "향후 영장 심문 과정에서 이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로서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며 "김 창업자가 CA협의체 의장으로 계속 일을 해왔는데 당황스럽다. 영장 실질 심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법원의 영장 기각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김성수·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인수전 당시 미래이니셔티브센터(미래전략기획 조직) 센터장으로서 자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던 김 위원장을 구속할 근거가 약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작년 11월 김 위원장을 검찰에 넘기면서 홍은택 당시 카카오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 각자 대표 등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감원 특사경으로부터 송치받은 지 8개월 만에야 김 위원장을 소환한 검찰이 조사 8일 만에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부인하기 힘든 증거를 잡은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가 이날 "(수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에 2017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한정석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도 카카오로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한 판사가 한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 회장에 대해 영장을 발부하며 삼성 창업 이래 첫 총수 구속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처럼 카카오에 대해서도 원칙론적 대응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는 경영쇄신이나 신사업, 해외 진출이 완전히 정지돼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일 것"이라며 "법원으로부터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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