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바이든-시진핑 회담 합의사항…"美, 대화·교류 위한 조건 만들어야"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등 '핵심이익 침해'를 문제 삼아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한 군비통제·비확산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한동안 미국은 중국의 단호한 반대와 반복된 교섭(항의)을 무시한 채 지속해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을 해치면서 양국의 정치적 상호신뢰를 깨는 일련의 심각한 부정적 조치를 취했다"며 "양국이 군비통제 협상을 계속 진행할 정치적 분위기를 심각하게 파괴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군비통제·비확산 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협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런 국면을 만든 책임은 완전히 미국에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의 기초 위에서 미국과 국제 군비통제 의제에 관해 소통을 유지할 의향이 있다"며 "다만 미국은 반드시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하고 양자 대화·교류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중 양국은 작년 11월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맬러리 스튜어트 미국 국무부 군축차관보와 쑨샤오보 중국 외교부 군축사(司) 사장(국장)이 만난 가운데 군비통제·비확산 협상을 열었다. 양국이 핵무기 통제 등을 의제 삼아 마주 앉은 것은 2019년 이후 거의 5년 만이었다.
9일 뒤인 작년 11월 15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소통 유지'와 '충돌 방지'에 합의하면서 비즈니스·경제·금융·수출통제·아시아태평양 사무·해양·군비통제·비확산·외교정책 계획·연합 워킹그룹·장애인 등 영역별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회담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월 중국이 후속 핵무기 통제 협상 재개를 거부했다며 자국은 "핵·우주 영역에서의 갈등, 통제되지 않는 위기 고조에 대한 근본적인 위험을 다루는 상식적인 조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제안한 조치에는 중국과의 위기 소통 개선, 전략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전 통지 제도화, 우주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 등이 포함됐다.
그러자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은 '메가폰 외교'(정식 협의 대신 발언으로 상대 측에 압박을 주는 것)를 중단해야 한다며 "최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군비 통제 협상을 위해 자국 핵무기를 상당히, 실질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미국은 약 4천500기의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핵탄두 약 3천7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410개를 갖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5월 기준 중국이 500기가 넘는 작전용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2030년이면 1천기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비축량을 늘려가고 있다고 작년 10월 밝혔다.
협상이 재개되지 않는 가운데 양국은 해묵은 갈등 요인인 대만 문제를 놓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중국 외교부는 1월과 4월, 5월, 6월, 이달까지 잇따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관여한 미국 군수업체들과 경영진의 입국 금지·자산 동결 등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달 18일 대만에 미사일과 자폭 드론 등 무기 3억6천만달러(4천964억원)어치를 신규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하는 등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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