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순례객 찾는 내년 희년 앞두고 1천대 추가 공급
기본요금 4천500원→5천200원 인상…최소 요금 1만3천500원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시가 만성적인 택시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택시 면허를 신규 발급한다.
또 택시 공급 확대에 따른 수입 감소 등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기본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로마시는 16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의회가 이러한 내용의 조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로마시는 이달 말부터 공고를 내고 택시 신규 면허 신청을 받는다. 발급 차량은 총 1천대다.
로마시가 택시 신규 면허를 발급하는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그동안은 파업을 불사한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택시 신규 면허 구입 비용은 약 7만 유로(약 1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고 현지 뉴스통신사 노바가 전했다.
신청 자격은 운수사업법상 결격 사유가 없고 로마의 관광명소에 대한 기초 지식과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자이다.
로마시는 10월부터 신규 면허가 발급되면 교대 근무제 효과와 맞물려 이용할 수 있는 전체 택시 수가 현재의 7천700대에서 9천2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로마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도시임에도 2004년 이후로 택시 수를 늘리지 않았다.
현재 로마의 택시는 7천700대로, 약 2만대의 택시를 운행하는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 등 다른 유럽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는 택시 면허 발급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택시 기사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무산됐다.
이탈리아에도 미국 자동차 공유 플랫폼 우버가 진출해 로마, 밀라노에서 영업 중이지만 현재는 비싼 요금이 부과되는 '우버 블랙'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로마에선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고, 관광객뿐만 아니라 로마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폭주했다.
로마시는 수천만명의 관광객과 순례객이 방문하는 내년 가톨릭 희년을 앞두고 택시 부족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택시 면허를 대폭 확대하되 기본요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택시업계와 절충점을 찾았다.
기본요금은 평일 낮에는 3유로(약 4천500원)에서 3.50유로(약 5천200원),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에는 7유로(약 1만500원)에서 7.5유로(약 1만1천300원)로 각각 인상된다.
최소 요금은 9유로(약 1만3천500원)이며, 피우미치노 공항과 참피노 공항에서 로마 시내로 진입하는 경우 고정 요금이 각각 50유로(약 7만5천원)에서 55유로(약 8만2천900원), 31유로(약 4만6천700원)에서 40유로(약 6만300원)로 인상된다.
다만 로마시는 심야에 택시를 이용하는 여성에 대한 할인 폭을 10%에서 15%로 올리고, 70세 이상에 대한 10% 할인이 신설된다고 밝혔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택시가 지나치게 적어서 끝없이 줄을 서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없애려면 가능한 한 빨리 더 많은 택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년에 대비하려면 최소 9천대 이상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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