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구출·수뇌부 암살 위한 새 전술로 자리 굳혀
전쟁범죄 논란…민간인 대량살상 위험 상존해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에서 민간인 위장을 새 전술로 굳혀가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6월 가자지구 내 인질 구출 때 이 전술의 성과를 확인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여름의 씨앗들'로 명명한 작전에서 245일 동안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4명을 주택가에서 구출했다.
이스라엘 병력은 전혀 공격받지 않은 채 주택가에 들어가 감금자들을 압도하고 구출한 인질을 해변까지 데리고 가 헬기에 태워 보냈다.
작전 목표가 이처럼 달성된 데에는 민간인 위장술이 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인질 소재를 확인한 뒤 이들이 억류된 주택 2곳과 구조가 같은 건물을 만들어 몇주 동안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 민간인 위장은 필수였다.
하마스 조직원이 이스라엘군을 알아보는 순간 인질을 죽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진입 때도 피격을 막으려고 지붕에 매트리스와 가구를 실은 고물 트럭을 이용했다.
이 같은 위장술은 성과가 확인된 데다가 전쟁이 제한적 정밀작전으로 바뀐 까닭에 더 자주 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0월 시작된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대부분을 파괴하고 인질 구출과 수뇌부 살해나 체포에 주력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 전략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WSJ에 "인질이나 하마스의 고위 지휘관을 찾으려면 지상에 사람을 보내야 하는데 이스라엘 국기를 내걸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미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의 다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을 통제하는 데 민간인 위장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에서는 이 같은 작전이 전쟁범죄가 되거나 민간인 대량살상 같은 참사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무력충돌과 관련한 국제인도법(전쟁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대상의 차림새를 하고 교전하는 경우 맥락에 따라 전쟁범죄로 규정된다.
적군과 민간인을 오인하도록 해 자칫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촉발할 수도 있다.
하마스는 이미 가자지구 내에서 민간인 복장을 하고 주민들과 뒤섞여 이스라엘군과 싸우고 있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 병사들은 전투에 나설 수 있는 연령의 남성만 보면 모두 적군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고 실토한다.
지난달 인질 구조 작전은 인질을 무사히 구했다는 목적은 달성했으나 대규모 참사 때문에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의 구출작전 과정에 근처에 있던 274명이 죽고 700명 정도가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교전에 휘말려 죽거나 다친 하마스 조직원이나 주민이 모두 100명 정도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쪽에서는 특공대원 1명이 죽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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