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나선 총력전에도…"중대한 시점에 큰 타격"
EDF, 국내외 현장서 공기 지연·비용 상승으로 고투 중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밀리며 새로운 타격을 입게 됐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이 진단했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원전 신규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하면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의 이같은 선언에 유럽의 유일한 원전 건설사인 EDF는 텃밭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프랑스에서 원전 56기를 운영하고 있는 EDF는 최근 유럽 상당수 국가에서 원전 회귀 바람이 불자 이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왔고,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따 내기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여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 배출 감축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유럽 상당수 국가는 탈원전 기조를 뒤집고 원전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3월 체코를 방문해 EDF를 지원 사격하는 등 프랑스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 큰 기대를 걸었다고 AFP통신은 짚었다.
특히 EDF 입장에서는 홈그라운드인 유럽에서 한국에 첫 교두보를 내어 준 격이라 이번 체코에서의 고배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체코 정부의 결정이 자칫 텃밭 장악력이 느슨해지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체코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10년간 프랑스, 핀란드, 영국 등지에서 원전 건설이 지연되고 총 건설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어온 프랑스 원전 산업에 새로운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가령, 영국 남서부 서미싯주에 짓고 있는 '힝클리 포인트 C' 원자력발전소의 준공 시점이 당초 2027년에서 2030년으로 늦춰지고, 총 건설비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이 사업 주체인 EDF는 130억 유로의 손해를 입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도 유럽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업체인 EDF가 체코에서 최소 2기의 신규 원전 건설 기회를 잃음으로써 중요한 시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논평했다.
EDF로서는 체코 수주가 성공했으면, 2016년 영국 힝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계약을 따낸 이후 첫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따내는 것이었지만, 최근 신규 원전 건설 과정에서의 부정적인 실적과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부담 등에 발목을 잡혔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이터는 아울러 체코 신규 원전 수주는 국내외에서 공기 지연과 비용 상승에 신음하는 EDF로서는 '신임 투표'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서,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에 대대적인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려던 프랑스의 구상에도 차질을 예상했다.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 '원전 에어버스'로 명명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EDF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협조해 줄 것을 체코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한편, EDF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혹여라도 몇주 안에 우선협상대상자 절차가 수정될 경우 체코 정부와 재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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