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폭력에 대해 논의하자는 극우 정치그룹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회의 새로운 정치그룹(교섭단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PfE)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에 대한 토론과 폭력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안은 반대 337표, 찬성 119표, 기권 15표로 부결됐다.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은 최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주도해 결성된 반(反)EU 성향의 정치그룹이다. 결성되자마자 프랑스 정치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을 비롯한 각국의 극우, 포퓰리스트 성향 정당을 흡수하는 데 성공하며 유럽의회 3위(84석) 규모의 정치그룹이 됐다.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은 이번 제안이 부결된 뒤 "오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와 유럽에서 증가하는 정치적 폭력에 대한 토론을 제안했지만, 전통적 그룹이 이를 거부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제안에 독일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주축이 된 '주권국가의 유럽'(ESN)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속한 유럽 보수와 개혁(ECR) 등은 찬성했으나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와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자유당그룹 등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Fidesz)당 소속인 킨가 갈 유럽의회 의원은 "유럽의회의 다수인 진보 좌파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를 비판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애국적인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한다"라고 비난했다.
극우성향인 벨기에의 톰 반덴드리셰 유럽 의회 의원도 이번 제안이 부결된 데 대해 "위선"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에 대한 분노는 유럽 의회에서 상당히 선별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의회 의원인 좌파당 소속 마르틴 시르데반은 "우리는 민주주의의 적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의회의 모든 극우 단체가 반민주주의적 입장을 주류로 만들지 않기 위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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