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식 해외서 망명 처리' 가능성 배제 안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불법 이주민 유입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협력 관계를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에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방위와 안보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이민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재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불법 밀입국 주선) 갱단을 박살 내고 그들의 사업모델을 깨부수겠다"며 EU 경찰 조직인 유로폴에 대한 참여를 늘리는 등 단속을 위해 유럽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불법 이민 저지를 위해서는 원인을 저지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와 중동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보건, 인력 개발, 교육 등 프로그램에 8천400만파운드(약 1천508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경을 무단으로 넘어 EU에 들어온 이주민은 38만여 명이었으며, 그중 수만 명이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들어간다.
영국해협을 건너는 불법 이주민은 2022년 4만5천여 명으로 최다였고 지난해 2만9천여 명으로 줄었으나 올해 다시 증가세다.
이와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블레넘궁에서 기자들에게 영국이 EU와 관계 재설정에 나선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평가하면서도 영국에 이로운 것만 취하는 '체리피킹'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민도 (영국과 프랑스) 양국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일하느냐, 밀입국 조직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싸우는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해결할 "특효약(silver bullet)"은 없다고도 경고했다.
이날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는 "미래를 보며 양국은 전면적인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며 "불법 이민과 범죄 조직과의 싸움에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영국에 들어온 이주민의 망명 신청을 제3국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지 질문에 "나는 실용주의자다. 무엇이 효과가 있을지 항상 살펴보겠다고 했다"고 답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언급은 이탈리아가 망명 신청자를 알바니아로 보내는 이주민 협정을 맺은 것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망명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보수당 정부의 르완다 정책을 취임 직후 폐기한 바 있다. 르완다 정책은 인권 침해와 국제법 충돌 논란으로 표류하다 이행되지 못했다.
이탈리아·알바니아 협정과 르완다 정책의 차이는 망명 허가를 받은 이주민은 이탈리아로 돌아갈 수 있지만, 르완다로 보내진 망명 신청자는 영국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영국 매체들은 설명했다.
영국 내무부 당국자는 일간 더타임스에 "우리는 (이민 문제 해결) 모델들을 살펴보고 실행 가능하고 비용을 충당할 만하고 국제법에 부합하면 무엇이든 살펴볼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작업이나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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