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담은 야당 안…입점업체에 '단체교섭권' 부여도
법안 내용 확정 못 한 정부…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사전 지정 대안 모색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22대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고 법안 발의가 본격화하면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남용 방지를 막기 위한 입법 논의도 속도가 붙고 있다.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 추진을 밝힌 정부는 조만간 정부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고 야당과 국회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22일 관계 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플랫폼 관련 규제법안은 총 5건이다. 21대 국회에서도 플랫폼 규제 법안을 냈던 박주민 의원을 포함해 김남근, 민형배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야당 안'의 핵심은 크게 지배적 사업자의 사전지정·규제와 갑을관계 규율 두 가지다.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요건과 관련해서는 ▲ 평균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 직전 3개 사업연도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 ▲ 월평균 국내 온라인 이용자 수 1천만명 이상 ▲ 월평균 국내 온라인 이용 사업자 수 5만개 이상 등 기준이 논의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이 규제 가시권에 들 전망이다.
갑을 관계 규율과 관련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계약 해지 등에 관한 사전 통지 의무를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단체 구성을 허용하고, 거래조건 협의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실상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야당의 입법 작업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여당과 정부는 아직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과 4대 반칙행위 금지를 골자로 하는 플랫폼법 추진 계획을 밝혔다.
올해 2월께 정부안을 공개하고 여당 의원입법 방식으로 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었지만, 사전 지정에 대한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법안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약 5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정부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학계 의견을 청취하며 사전 지정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면서도 업계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
여당은 아직 플랫폼 관련 법안을 내지 않았지만, 향후 공정위가 정부안을 공개하면 이를 채택해 본격적인 입법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는 부분은 갑을 관계 규율이다.
야당은 상대적 '을'의 위치에 있는 입점업체와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의 의무와 입점업체의 권한 등을 법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관계를 법이 아닌 자율 협약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미래 먹거리'인 플랫폼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로 꾸려지면서 정부와 여당은 업계 외에도 플랫폼 규제에 적극적인 거대 야당까지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배달의민족과 쿠팡 등 플랫폼 업체들이 수수료 인상 과정에서 소상공인 단체와 충돌하거나, 자체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으로 제재받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갑을 관계 자율 규제'를 주장할 명분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이 두루 참여하는 '플랫폼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상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한 현장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달 말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플랫폼법 추진 사항을 보고할 예정이다.
야당에서 발의한 법안에 대한 심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조만간 정부안의 내용을 확정하고 국회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매달 2회 이상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라며 "해외 입법 사례 등도 참고해 정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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