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엔 극우잡지 발행금지…언론자유 침해 비판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법원이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일간지를 좌익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한 국내 정보기관 헌법수호청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19일(현지시간) 타게스차이퉁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를린 행정법원은 일간 융게벨트가 헌법수호청의 극단주의 보고서에서 자사를 빼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헌법수호청은 극단주의로 지정한 단체를 도·감청 등 수단을 동원해 감시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근거로 매체를 사실상 폐간할 수도 있다.
법원은 이 매체가 옛 서독 시절부터 활동한 독일공산당(DKP)과 연관됐고 과거 극좌 테러단체 적군파(RAF) 조직원에게 지면을 내주기도 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비폭력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도 않았고 옛 동독 체제에 애착을 갖고 있었으며 신문의 편집 방향은 '마르크스레닌주의'라고 판시했다. 폭력을 동원한 공산주의 계급혁명을 주창해 독일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주의를 해친다는 얘기다.
1947년 창간한 융게벨트는 공산주의 몰락 이후에도 반제국·반자본 노선을 내세웠다. 현재 발행 부수는 2만3천부 정도다. 정부가 극단주의로 규정한 일간지는 이 신문이 유일하다.
이 판결은 독일 내무부가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된 월간 '콤팍트'의 발행을 금지하고 홈페이지를 폐쇄하는 등 사실상 폐간 조치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융게벨트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극단주의를 구실로 한 언론 제재에 급진좌파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뿐 아니라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FDP)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FDP 소속 국회 부의장인 볼프강 쿠비키 의원은 "분별력 있는 시민이라면 공개된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헌법 재판의 해설이 필요 없다"며 "'읽지 마라, 극단주의자다'라는 법원의 주문은 자유주의 법치국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해치는 단체를 해산할 수 있다는 사단(社團)법 조항을 언론사에 적용해 콤팍트 발행을 금지한 게 꼼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크리스토프 구시 빌레펠트대 법학교수는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를 사단법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잡지 발행인 단체 자유언론협회(MVFP)는 "사단법에 따른 출판 금지는 법적 관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있다. 궁극적으로 행정부 아닌 법원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쿠비키 의원은 "법원에서 결정이 뒤집힌다면 낸시 페저 내무장관이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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