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확보에 사활 거는 EU·독일…세르비아와 공급망 계약

입력 2024-07-19 23:42  

리튬 확보에 사활 거는 EU·독일…세르비아와 공급망 계약
자다르 광산 개발 재개 소식에 세르비아로 한달음
EU·독일, '中 의존' 줄이고 세르비아는 경제 이익 도모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유럽 최대 규모의 세르비아 리튬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2년 만에 재개되자 유럽연합(EU)과 독일이 세르비아와 리튬 공급망 계약을 체결했다.
19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와 EU, 독일은 이날 베오그라드에서 지속 가능한 원자재, 배터리 공급망 및 전기차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서명식에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EU는 이번 MOU 체결로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게 됐다. 특히 유럽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 독일은 전기차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리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르비아는 EU와 독일에 리튬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독일을 비롯한 EU 회원국에서 배터리·전기차 공장을 유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르비아가 원하는 EU 가입도 앞당겨질 수도 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서명식에서 "중요한 유럽 프로젝트"라며 "우리는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고 공급망에 탄력적인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새로운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셰프초비치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EU 가입 후보국인 세르비아가 리튬 개발을 시작으로 이를 활용한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까지 완전한 가치사슬을 구축한 최초의 유럽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리튬 채굴이 시작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독일과 다른 EU 국가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배터리 생산업체가 세르비아에 공장을 건설하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약 104조원)의 4%에 해당하는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오늘은 우리나라에 큰 희망으로 가득 찬 날"이라며 "세르비아의 미래를 향한 전환점이자 큰 변화와 비약적인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르비아 서부의 자다르 광산은 리튬이 유럽에서 가장 많이 매장된 곳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는 약 12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12위에 해당한다.
이르면 2028년부터 채굴이 시작될 경우 연간 5만8천t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유럽 전기차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약 1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영국과 호주 자본으로 구성된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 틴토는 2004년 발견된 이 광산의 수익성을 눈여겨보고 2021년 세르비아 정부로부터 개발 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환경 영향 평가와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개발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고속도로 봉쇄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하자 세르비아 정부는 2022년 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리오 틴토에 내줬던 자다르 리튬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다 지난 11일 세르비아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결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세르비아 정부는 리오 틴토의 광산 개발을 재허가했다.
EU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EU는 핵심 쟁점인 환경 훼손 문제에 대해 EU가 직접 환경 보증을 서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이와 관련한 질문에 "자다르 광산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개발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리오 틴토의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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