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ELS 등 판매대상 제한, 소비자 선택권 고려해야"

입력 2024-07-21 06:07  

김병환 "ELS 등 판매대상 제한, 소비자 선택권 고려해야"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부정적'…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지속 고민"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ELS 등 고위험 상품의 판매 대상을 제한하는 문제는 금융소비자 선택권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표했으며,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 "금융사들, 소비자보호에 소홀…판매가능 상품 범위·방식 종합검토"
21일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전문투자자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판매 대상의 제한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소비자 선택권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2019년 DLF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편입한 신탁,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제한해왔다"며 "현재와 같이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은행 판매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그간의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실제 판매규제를 형식적으로만 준수하고 현장 판매 관행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판매 가능 금융상품의 범위·방식, 판매 관행, 내부통제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확립 방안과 함께 다양한 전문가 의견, 해외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불완전 판매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불완전 판매 시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민법에서 손해배상 한도를 '손해'로 제한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는 소비자별 금융거래 세부 경위에 따라 법률·사실관계 쟁점이 달라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매도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앞서 제도개선 방안에서 발표했듯 불법 공매도에 대해 벌금을 상향하고 계좌 지급정지, 일정기간(최장 10년)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카드 수수료 수준에 대해서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부당 경감을 위해 현행과 같이 적격비용과 별개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고비용 거래 구조를 개선하고 이해관계자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수수료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해서도 "간편결제 수수료에는 결제 수수료와 플랫폼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며 제도 개선을 위해 "소상공인(온라인 가맹점)의 실질적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결제수수료 외 플랫폼 수수료 전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밸류업 프로그램 고도화 노력…비트코인 ETF 허용 '부정적'"
김 후보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고도화를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속해 독려하면서 3분기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4분기 연계 ETF 출시 등 발표된 과제들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정부가 밸류업 세제 지원 방안 중 주주환원 증가금액의 5% 세액 공제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향후 논의과정에 있어 세부기준이 합리적으로 마련, 추진될 수 있도록 기재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초 주주환원 등 일정 조건에 못 미친 상장사를 거래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자본잠식, 감사의견 부적정 등 부실화된 기업은 상장시장에서 적시에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취지에 공감하며 상장폐지 제도가 균형있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쪼개기 상장'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지 여부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2022년 12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한 이후 기업들이 주주 보호 방안을 보완하는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며 "기존 제도개선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주주 권익을 위해 추가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상장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등 제재수단을 다양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는 관련 법안이 조속히 재발의돼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명시했다.
김 후보자는 "최근 미국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허용하면서 국내에서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 측면, 글로벌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논의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추가입법 내용 및 시기와 관련한 사항은 관계부처,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동향을 살펴가며 점진적·단계적으로 2단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진입·영업행위 규율마련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큰증권발행(STO) 제도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폐기된 것과 관련해서도 관련 법안이 조속히 재발의돼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금융권 내부통제 작동 안 해 금융사고 지속 발생…지배구조 개선 고민"
김 후보자는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못한 측면에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사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3일부터 시행됐다"며 "금융권과 함께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 등 은행권 횡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금감원 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정확한 발생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횡령에 대한 금융관련 법령상 제재 수준의 적정성, 내부통제 장치 등이 적절하게 작동하기 위한 여건 등을 점검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의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이 적절한 내부통제 장치를 갖추지 않아 고객들의 대규모 투자금 환매 요청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가 만기 미스매치 투자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등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투업 규정 개정안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지주회사 차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노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금융지주회사의 역할과 책임 문제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겠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공익이사 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 구성을 개선하는 안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회사의 이사회 구성은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므로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스스로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연임 제한을 위한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어 "법적인 제한에 앞서서 우선적으로 선임·연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여성임원할당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성 임원이 더욱 많이 선임될 필요가 있지만, 효율적인 인력 활용과 역차별 문제 등 부작용 가능성을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권의 전관예우 관행,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있는 만큼 앞으로 적재적소에 우수한 인재가 배치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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