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후티 근거지 보복 공습…가자전쟁서 첫 예멘 직접타격(종합2보)

입력 2024-07-21 04:35   수정 2024-07-21 12:48

이스라엘, 후티 근거지 보복 공습…가자전쟁서 첫 예멘 직접타격(종합2보)
후티반군이 통치하는 호데이다항 공습…이 "우리 국민 해쳤기 때문"
네타냐후 "이란 무기 반입하는 항구…이란 '악의 축'에 맞서야"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군이 20일(현지시간) 오후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통치하는 북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전격 공습했다.
전날 후티가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심장부 텔아비브를 공격한 지 하루 만에 이스라엘군이 보복에 나선 것이다.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이 예멘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 AFP 통신과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군은 홍해에 접한 호데이다항의 유류 탱크 등 정유 시설을 폭격했다. 전력 시설도 일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 보건부는 현지 매체 알마시라TV에서 최소 80명이 다쳤으며 대부분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최근 수개월간 후티 테러 정권이 이스라엘에 수백차례 공격을 가한 것에 대응해 예멘 호데이다 항구의 군사 목표물을 전투기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공습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전은 '롱암'(long arm·멀리까지 미치는 힘)으로 명명됐다.

F-15, F-35 전투기와 정찰기가 출격했으며 목표물이 이륙 지점에서 1천700㎞ 이상 떨어진 탓에 공중급유기도 동원됐다. 항공기들은 모두 작전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무사히 귀환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예멘 폭격을 결정했으며, 오후 긴급 소집된 내각 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또 폭격에 앞서 미국 등 동맹국에 작전 계획을 미리 공유했다.
이스라엘군은 후티가 장악한 호데이다 항구가 이란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통로로 사용돼왔다는 점에서 합법적인 군사적 목표물이며, 후티의 무기 반입을 막고 재정적 타격을 가하려는 목적으로 폭격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TV 연설에서 "호데이다는 무고한 항구가 아니라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곳"이라며 "이란 무기가 반입되는 항구를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어디에든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적들에게 상기시켰다"며 "적들은 실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며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이는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를 향해 "하마스와 헤즈볼라처럼 후티는 이란의 '악의 축'에서 필수 요소"라며 "중동 안정을 위해 '악의 축'에 맞서야 하며 예멘, 가자, 레바논 등지에서 이란 및 그 대리인과 싸우는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중동 전역에서 지금 호데이다에서 발생한 화재를 볼 수 있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하다"며 "후티는 우리를 200번 넘게 공격했지만, (어제) 처음으로 이스라엘 시민에게 해를 입혔기 때문에 우리도 그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어디에서든 이런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예멘 공습에 미국이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전날 텔아비브가 공격당한 이후 이스라엘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이날 공습과 관계없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주 미국 방문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예정이며 오는 24일 미국 의회 연설에 앞서 22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새벽 텔아비브의 한 아파트 건물에 이란제 드론이 내리꽂히며 1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후티는 이것이 자신들의 공격이었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예멘은 작년 11월부터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 삼아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해왔지만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적은 없었다.
이스라엘이 예멘에 직접 보복을 가하면서 후티, 헤즈볼라, 하마스 등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세력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최근 북부 국경 넘어 레바논의 헤즈볼라와도 더 빈번히 충돌하고 있다.
후티는 "이스라엘 핵심 표적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나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군 지도조직인 최고정치위원회도 "효과적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재보복 방침을 시사했다.
레바논 남부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어리석은 행동은 지역 내 중요한 대립과 관련해 새롭고 위험한 국면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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