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정경유착 고리 끊겼는지 의문"…LG도 검토 중
현대차, 이달 초 납부 마무리…SK도 이르면 이달 말 회비 낼 듯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장하나 기자 = 현대차그룹이 주요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신중 모드'에 돌입하는 등 4대 그룹 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당초 4대 그룹 간에 늦어도 8월까지 회비를 납부하기로 잠정 논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의 경우 준감위의 사전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회비 납부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지난 3월 말∼4월 초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4대 그룹이 속한 제1그룹의 연회비는 각 3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4대 그룹은 형식상 한경협에 재합류했으나, 현재까지 회비를 낸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한경협에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이 납부한 회비는 한경협이 요청한 3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회비 납부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계열사별로 이사회 보고를 마친 뒤 이르면 이달 중으로 회비 납부를 마칠 계획이다.
SK그룹의 종전 한경연 회원사는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으로, 내부 논의 끝에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한경협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삼성과 LG그룹은 '신중 모드'다.
삼성의 경우 이날 준감위 정례회의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짓지 못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이날 준감위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회비 납부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삼성 준감위는 지난해 8월 한경협 가입과 관련해 회비 납부 시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권고했다.
당시 준감위는 두차례 임시회의 끝에 "삼성의 준법 경영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일 관계사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으면 즉시 탈퇴할 것 등 필요한 권고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상황이 (한경협의) 인적·물적 구성에 있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그것은 한경협 스스로가 한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경협의 추가 쇄신안이나 변화가 전제돼야 삼성의 회비 납부와 실질적인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준감위는 필요시 임시회의를 소집하는 등 추가 논의를 거쳐 회비 납부에 대한 의견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협 회원에 속하는 삼성 계열사는 추후 준감위 권고안을 토대로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회비 납부 시점을 정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다른 그룹과 달리 준감위 사전 승인 권고라는 장치가 있는 만큼 서둘러 회비 납부를 결론짓지는 않을을 것"이라며 "당장 납부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한경협의 변화 의지 등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치른 삼성은 기존 한경연 회원사였던 5개 계열사 중 삼성증권이 삼성 준감위와 이사회의 반대 의견에 따라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LG그룹도 회비 납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납부 시점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전경련에서 탈퇴했던 LG그룹은 지난해 한경협 합류를 논의하며 ▲ 정치적 중립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 ▲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준비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마다 사정과 절차가 다른 데다 연말까지는 회비를 납부해도 되는 만큼 각 그룹이 적절한 시점에 회비 문제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회비 납부 기한을 정한 것도 아니어서 아직 시간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경협은 이날 삼성 준감위가 '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한경협은 회비 납부는 각 그룹과 회원사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비 납부를 강제로 집행할 수도 없는 만큼 납부 기한도 명확히 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22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의 활동과 회비 납입이 아직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에 "강요는 하지 않고 있지만 잘 해결될 듯"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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