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야권측, 25년만의 정권교체 확신…선거 예측 '안갯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오는 2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이 선거 패배 시 유혈 사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이번 투표 결과가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내가 패배할 경우 피바다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과 AFP·로이터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평화로운 베네수엘라를 택할지 아니면 동족상잔의 내전으로 얼룩진 베네수엘라를 택할지의 문제"라며 "야당은 정해진 수순을 바꾸기 위해 비극을 일으키기를 원한다"고도 주장했다.
6년 임기의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모두 10명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선거판은 마두로 대통령과 민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 간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두 후보 지지율은 여론조사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서방 쪽 언론은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베네수엘라 내 친(親)여권 매체는 마두로를 각각 1위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주로 인용한다.
낙선 시 소요 사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마두로 대통령의 언급은 주변국에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 주재 뉴스통신사 특파원단 인터뷰에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발언에 대해 "겁이 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는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마두로는 선거에서 패배하면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걸 배워야 한다"며 "이번 일요일 선거는, 베네수엘라가 국제사회로 되돌아올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과 최근 두 차례 전화통화했다며, "베네수엘라 경제난 해결과 조국을 등졌던 이들의 귀국을 원한다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자원 노다지 땅' 영유권을 놓고 베네수엘라와 분쟁 중인 가이아나 역시 이웃 국가 지도자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이아나는 특히 자국 영토인 에세퀴보(과야나 에세키바) 편입과 해당 지역에서의 석유 개발 계획을 지지층 구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두로 대통령의 언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의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진행될지, 마두로 대통령이 결과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카터센터 등은 투표 과정 감시를 위한 대표단 파견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야권 측은 우고 차베스(1954∼2013) 이후 이어진 여당의 25년 집권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확신하고 있다.
대선 출마 좌절 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를 돕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모두 준비됐고, 모두 각자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승리하고 축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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