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1∼4월 中 철강 수출 15%↑·수출단가 19%↓
中 수출 증가로 해상운임 상승·선복 부족…韓 수출에도 '타격'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세계의 공장' 중국이 자국 내 과잉생산 제품을 저가 수출로 대거 밀어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수출 포트폴리오 전환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생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 동월 대비 6% 내외의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위기로 인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 5월 기준 중국 사업 재고가 16조7천억위안(약 3천176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에 중국은 국내 재고를 저가 수출로 밀어내고 있다.
중국의 올해 초(1∼4월) 수출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 단가는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속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특히 올해 1∼4월 중국의 철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수출 단가는 19.4% 하락했다.
비료 등 화학제품 역시 수출이 7.1% 증가한 반면, 수출 단가는 14.4% 하락했다.
이 밖에도 운송기기 수출이 30.2% 증가한 것을 비롯해 곡물(21.6%), 채소류(16.9%), 알루미늄(12.0%), 섬유제품(11.9%) 등의 수출 물량도 증가 추세다.
보고서는 중국의 수출단가가 달러 기준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올해 초(1∼4월) 전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8.7% 증가해 중국의 저가 수출 밀어내기가 더욱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4월 중국의 수출 단가 증가율은 -10.2%로, 미국(-1.7%), 일본(-4.3%), 신흥국(-4.8&), 한국(-0.1%)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일반적으로 수출 단가가 하락하면 수출 물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출 채산성은 악화하기 마련인데, 중국의 경우 위안화 약세와 낮은 생산자 물가를 바탕으로 수출 채산성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올해 1∼4월 중국의 수출 채산성 지수는 107.4로 2017∼2021년 평균인 99.8을 웃돌았다.
중국의 저가 수출은 한국의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로 해상 운임이 상승하고 선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의 물류 애로가 심화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실제로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항공 운송 비중이 높은 5대 정보기술(IT) 품목을 제외한 한국 수출의 88.8%는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에 따른 운임 상승의 영향을 국내 기업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원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풍부한 광물자원 기반의 수직 계열화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의 수출 단가 인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대(對)중국 견제 조치 속에서 기회를 탐색하는 한편, 기술 우위를 점한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등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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