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부상에도 피해자 3명 구조…애인과 누나는 못 구해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대만의 한 여성이 자신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뒤 결국 숨진 남자친구와 '영혼 결혼식'을 올리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5일 대만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중 연쇄추돌 차 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만 여성 위(余)모 씨의 절절한 사연을 23일 소개했다.
위씨는 남자친구 훙(洪)모 씨와 훙씨의 누나, 다른 친구 등 4명과 함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나던 중 연쇄추돌 사고를 당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위씨는 다리를 다쳤음에도 동승자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끝에 뒷좌석에서 친구 1명을 끌어냈고 다른 사고 차량에서도 승객 2명을 구해냈다.
다만 자신이 타고 있던 차 운전석 쪽의 파손이 워낙 심해 운전자였던 훙씨 누나와 그 뒷자리에 타고 있던 남자친구 훙씨는 결국 구할 수 없었다고 중화권 매체들은 전했다.
위씨는 대만 매체에 "사고 당시 세 사람을 구했지만 가장 큰 후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그 누나를 구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씨는 결혼을 전제로 훙씨 어머니 등 가족과 자주 왕래하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꺼번에 남매를 잃은 훙씨 어머니는 약 10년 전 교통사고로 또 다른 아들을 잃었고 몇 년 전에는 남편까지 사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씨는 훙씨와 사후 세계에서라도 부부가 될 수 있도록 영혼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남자친구를 잃은 자신은 물론 훙씨 어머니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중화권 매체들은 전했다.
위씨는 또 훙씨 어머니를 앞으로도 계속 돌볼 계획이다.
중국의 '영혼 결혼'은 약 3천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풍습으로 일반적으로 망자에게 배우자를 찾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위씨 이야기는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한 누리꾼은 인스타그램에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한 이 용감한 여성의 생각은 놀랍다"고 적었고, 다른 누리꾼은 "그녀의 남자친구와 그의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 감동적"이라며 "영혼 결혼은 영적 위안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SCMP는 지난 5월 결혼을 앞두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커플을 위해 유가족들이 영혼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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