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헤즈볼라 7천500회 공방…15만명 대피
"특정 도시 299회 공습…건물 뼈대만 남았다가 돌무더기로"
英 BBC, 위성영상·군 활동자료 등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9개월 넘게 이어지는 동안 헤즈볼라의 무력 개입으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가자 전쟁이 발발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8일부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며 이스라엘과 무력으로 대치해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전투기 등을 동원해 북부 국경지대는 물론 레바논 전역을 타격했고, 특히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을 겨냥한 표적 공습은 양측의 무력 충돌을 전면전 위기로 몰고 갔다.
BBC는 미국에 본부를 둔 분쟁 감시 비정부기구(NGO)인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개전 후 지난 5일까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국경 너머의 상대측을 공격한 횟수가 7천491회에 달한다고 전했다. 공격 횟수는 먼저 공격한 헤즈볼라보다 이스라엘이 5배 많았다.
양측의 무력 공방 속에, 레바논에서는 약 100명의 민간인과 366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사망했으며, 9만명 이상이 전쟁의 포화를 피해 대피했다.
이스라엘에서도 10명의 민간인을 비롯해 33명이 목숨을 잃었고 6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국경 인근의 주거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피란했다.
다행히 아직 전면전으로 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9개월간 거의 매일 이어진 포격전으로 국경지대는 폐허로 변했다.
분석 결과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서 지난 10일까지 3천200여채의 건물이 파손되었으며, 국경지대 전체 공동체 가운데 60%가 영향을 받았다.
뉴욕시립대(CNUY) 코리 셔 박사가 개전 이전과 이후 최근까지 이미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레바논 남부 소도시 아이타 엘 샤아브는 무려 299차례나 이스라엘 공습의 타깃이 됐다.
공습을 피해 피신했다는 아티타 엘 샤아비의 마제드 테히니 시장은 "도시를 찾을 때마다 달라진 상황을 느꼈다. 참혹하다"며 "집들은 뼈대만 남았다가 돌무더기가 됐고, 그나마 아직 서 있는 집들도 사람이 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200회 넘는 공습이 쏟아진 레바논 동남부 크파르 킬라에서도 상가는 물론 가옥들도 멀쩡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BBC는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드론 및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도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다.
현지 언론은 헤즈볼라의 공세로 건물 1천여채가 파손됐다고 보도했지만, 이스라엘군과 국방부는 이에 대한 확인을 꺼리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산악 지대에 떨어진 포탄이 화재를 일으키면서 숲과 경작지 파괴가 심각했다.
켄트주립대 허 인 박사는 공개된 적외선 위성 사진을 토대로 화재가 발생 지역을 추정하고 그 결과를 실물 위성사진 및 현지 언론 보도와 대조해 산불 지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골란고원 일대의 땅 55㎢가 불에 탔고, 레바논에서도 약 40㎢가 화재로 소실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최근 헤즈볼라 공격에 따른 화재로 훼손된 숲의 면적이 87㎢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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