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초래한 정산주기…정부, 일제 점검 추진

입력 2024-07-24 11:43   수정 2024-07-24 14:42

티몬·위메프 사태 초래한 정산주기…정부, 일제 점검 추진
G마켓·11번가 등은 열흘 이내…위메프는 두달 걸려
판매대금 관리 법 규제 미비…인수대금 유용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의 정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판매자 정산 주기와 판매 대금 보관 방식은 이커머스 업계의 해묵은 이슈 가운데 하나다.
티몬·위메프 사태도 결국은 긴 정산 주기와 허술한 판매대금 관리가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판매대금 정산까지 최대 두 달가량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과 법망의 허점을 악용해 자금을 일부 유용하거나 다른 사업에 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자 이커머스 정산 주기와 대금 보관 방식, 규모 등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같은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커머스의 경우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에 관련한 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정산 주기도 업체마다 다르다.
G마켓·옥션이나 11번가, 네이버 등 판매자 상품을 중개하는 오픈마켓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면 바로 다음 날 판매자(셀러)에 판매대금 100%를 지급한다.
고객이 구매 확정을 하지 않을 경우 7∼8일 뒤 자동으로 구매 확정이 되기 때문에 늦어도 열흘(10일) 이내에 정산이 완료된다.
이들 업체는 유통업계 전체로 봐도 정산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자기 상품을 파는 직매입 중심인 쿠팡은 상대적으로 정산 주기가 길다.
쿠팡의 판매자는 주정산과 월정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주 정산은 판매된 주 일요일에서 영업일 15일(휴일 제외)이 지난 후 70%를 정산하고서 두 달 후 1일 나머지 30%를 준다. 정산이 완료되기까지 평균 40∼50일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 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영업일 15일 후 100% 정산하는 방식이다.
반면 위메프는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을 기준으로 두 달 후 7일 100% 정산하는 방식을 따른다. 늦어지면 정산까지 두 달 넘게 걸리는 셈이다.
티몬은 거래가 이뤄진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정산해 위메프보다는 상대적으로 주기가 짧다.
하지만 이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정한 정산 방식으로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어겨도 규제 기관의 제재는 없다.
실제 최근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직후 일부 위메프 판매자 커뮤니티에선 지난 4∼5월부터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정산 주기가 길다 보니 판매 대금을 보관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각 업체가 정산 때까지 판매대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알려진 것은 없다.
업계에서는 업체마다 판매대금을 단기 운용하거나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유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모기업인 큐텐은 지난 2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할 당시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까지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번 정산 지연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데이터 분석기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월평균 결제추정액은 각각 6천608억원, 2천850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금액은 각각 218억원, 94억원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4일 "큐텐이 위시 인수대금으로 현금 2천300억원을 동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이 일부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판매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판매대금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에스크로 방식의 정산 시스템을 다음 달 중 도입한다고 밝혔다.
플랫폼이 직접 판매대금을 보관하지 않고 제3의 금융기관에 맡긴 뒤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면 곧바로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미 사태 파문이 일파만파 번진 뒤 뒤늦게 마련한 대책이라 판매자 불안감을 불식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이러한 에스크로 방식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널리 활용돼야 한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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