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임대인이 안 돌려준 전세금 지난해 1조5천억원
국회서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기준 확대' 법 개정 추진
세입자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임대사업자도 등록말소 추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명단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뿐 아니라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먹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올려둔 집주인들도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며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지난 4월 기준으로 664명이며, 이 중 165명(25%)이 등록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세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한 인천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131명 중 39명(30%), 서울의 경우 191명 중 55명(29%), 경기는 202명 중 54명(27%)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용하는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겼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았거나, HUG가 회수하지 못한 채권 총액이 2억원 이상인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올려 관리하고 있다.
집중관리 임대인에게는 상환 유예 기간을 주지 않고 바로 주택을 경매에 넘기는 등 더 적극적으로 채권 회수에 나선다. 공공기관인 HUG가 대신 갚아준 돈을 제대로 상환할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집중관리 임대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일어난 보증사고는 지난해 7천571건, 액수는 1조4천985억원에 이른다.
올해 1∼4월 집중관리 임대인의 보증사고 건수는 2천225건, 사고액은 4천245억원이다.
이런 임대인들이 임대사업자로서 취득·재산·양도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임대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기에 특히 종부세 표준 합산 배제 혜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악성 임대인들이 계속해서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임대사업자 등록 취소 기준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임차인이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의 조정 성립 후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임대사업자가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아 HUG 같은 보증회사의 피해가 명백히 발생하고, 임차인이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로 결정된 임대인도 등록을 말소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진석 의원은 조만간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요건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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