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평화회의 서두르며 中에 적극 중재 요청…러 응할지는 미지수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2년 6개월째 계속되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러시아와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자의건 타의건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선제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4일 중국 광저우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을 만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대화·협상을 하기를 원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그럴 조짐은 없지만 러시아가 선의로 협상할 준비가 됐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으나 러시아와 '통하는' 중국에 러시아와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자체만으로 관심을 끌었다.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의 기류 변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당한 이후 본격 감지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틀 뒤인 15일 제2차 평화회의를 추진한다며 "러시아 대표단도 참석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에 당선되면 1월 취임 이전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왔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기지원을 볼모로 현재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 영토를 포기하는 종전협정을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루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점령지를 내주는 종전협상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2차 평화회의 개최를 서두르는 이유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비해 국제사회 여론전에서 우위를 확실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스위스에서 1차 평화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는 초청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는 중국도 불참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회원국이거나 가입을 추진 중인 10여개국이 공동선언에서 빠지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쿨레바 장관이 껄끄러울 수도 있는 중국을 찾아가 평화협상 의지를 밝힌 건 자국을 전폭 지지하는 서방에 더해 중국 영향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도 우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이달 초 자국과 러시아·중국을 차례로 방문하며 중재자로 적극 나선 친러시아 성향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행보는 탐탁잖아 한다. 반면 중국에는 중재를 적극 요청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9일 오르반 총리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미국이나 중국·유럽연합(EU)은 가능하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5월 브릭스 회원국 브라질과 함께 이른바 '여섯 가지 공동인식'이라는 정치적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이 중재에 더 적극 나서더라도 정작 러시아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차 평화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하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계획을 두고 "그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건너뛰고 임기를 연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24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에 대해 "무엇보다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그가 거짓말한다는 걸 모두가 다 안다"고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에 달하는 점령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한뼘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며 러시아와 협상을 사실상 금기시하는 대부분 유럽 국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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