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에서 떠돌이 개를 안락사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24(현지시간) 일간 데일리사바흐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의 동물복지법 개정안이 전날 튀르키예 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발의한 이 법안은 유기·야생견 살처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동물보호소 수용과 중성화 수술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법안 초안은 이런 개를 안락사시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가 법안 심의 과정에서 '동물 학살'이라는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히자 "수의사법 9조 3항의 규정을 시행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 수의사법 조항은 고통을 겪고 있거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앓는 개, 공중 보건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개 등을 예외적인 안락사 허용 대상으로 규정한다.
안락사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해 법안의 실제 내용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튀르키예에서 길고양이나 들개는 거리 구석구석은 물론 식당이나 상점, 마트 안까지 들어와 활보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돌보고 다가가 쓰다듬기도 하며 관대하게 대한다.
하지만 작년 12월 수도 앙카라에서 10세 어린이가 개떼에 물려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를 예방하는 입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9세 어린이가 떠돌이 개들에게서 도망치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 일도 있었다.
2022년 이후 최근까지 들개 공격으로 65명이나 숨질 정도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 전국적으로 들개 개체수는 약 40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각 지방정부가 이런 떠돌이 개를 포획해 중성화하고 광견병 등 예방접종을 맞힌 뒤 방사해야 하지만, 지난 20년간 중성화는 250만건 가량에 불과하고 전체 동물보호소의 수용 여력도 10만5천마리 정도에 그친다.
지난 5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보호소에 갇힌 모든 동물이 입양될 수만 있다면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락사 법안을 옹호했다.
동물보호단체는 법안에서 '안락사' 표현이 빠진 뒤에도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81개 광역단체장 중 35개를 차지하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이 "법안이 통과돼도 지방정부에서 안락사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면서 법이 시행되더라도 실효는 제한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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