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트럼프, 흑색선전의 유혹…"'성·인종' 무차별 비방전"

입력 2024-07-26 10:57  

허 찔린 트럼프, 흑색선전의 유혹…"'성·인종' 무차별 비방전"
해리스 신속한 세몰이에 당혹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일단 '아바타론' 전면에
구도 새판짜기 따른 전략 고심…"인종·성 차별카드, 경합주에는 '찬물'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대선이 카멀라 해리스(59·민주) 부통령의 득세와 함께 선을 넘는 비방전으로 얼룩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78·공화) 전 대통령과 지지층에서 여성, 인종 비하를 궁여지책으로 꺼내 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상황 판단에서 나오는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 본부는 해리스 부통령의 신속한 세몰이에 '경악'하는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 논란 속에 사퇴한 지 사흘도 되기 전에 당내 지지를 결집하고 자금줄까지 장악했다.
최신 여론조사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대다수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바이든 대통령의 열세를 만회해가고 있다.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그간 무색무취로 여겨지던 부통령이 갑자기 강력한 대선후보로 입지를 굳혀가는 모습에 속이 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공화당 미네소타주 지구당 부위원장을 지낸 마이클 브로드코브는 "공화당원들이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처지"라며 "조 바이든을 상대하길 간절히 원했지만 해리스가 들어와 전략이 다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은 일단 해리스 부통령을 기존 표적이던 바이든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걸 골자로 한 선거전략을 가다듬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이민, 경제 등 다수 정책에서 실패한 행정가라는 이미지를 선제적으로 굳히려고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중남미 이민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외교를 지휘했다는 점을 들어 '국경 차르'라는 별명을 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격받는 주요 소재인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두고도 해리스 부통령의 동반 책임론을 제기한다.
트럼프 측은 나아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숨기면서 본인이 대통령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실정의 장본인이라는 프레임까지 꺼내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단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해리스가 바이든이 업무를 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자신이 했다"며 "국경 침공,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 사라진 미국의 꿈 등 해리스가 한 일을 보라"고 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극우세력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런 전략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인종주의적, 성차별적 공세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 언론감시 단체인 '미디어 매터스'(MMfA)의 데이비드 브록 회장은 다급해진 트럼프 진영에서 만지작거리는 무기가 인종과 성이라고 지적했다.
브록 회장은 가디언에 "해리스가 다양성 때문에 부통령에 뽑힌 사람이었고 민주당이 인종과 성 때문에 해리스에게 집착한다는 공격이 지금 바로 나오고 있다"며 "이는 해리스의 대통령직 자질을 깎아내리려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흑인이자 아시아계로 인식된다.
인종과 성에 대한 공격은 선거철에 등장하는 극우세력의 교과서적인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외 출생 의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둘러싼 여성비하 발언 등이 그 사례로 거론된다.
여성권 신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지향하는 초당적 슈퍼팩인 '세네카 프로젝트'의 타라 세트마이어 공동설립자는 "공화당이 인종, 성 카드를 들고나올 게 분명하다"며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그런 공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마가(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가 흠뻑 취할 소리이겠지만 대선결과를 좌우할 경합주에 있는 중도 유권자에게는 찬물 끼얹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의 득세로 조급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종과 성에 대한 차별적 언어를 자제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우군이 관심을 얻으려고 싸우는 새 역할에 적응하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 후 며칠 만에 트럼프 선거운동이 언론 헤드라인, 주요 관심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과거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 "자식없는 여성"이라고 공격한 발언이 뒤늦게 온라인에서 다시 확산하면서 거센 역풍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미국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역풍 우려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할 때 성과 인종을 언급하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권고했다.
이는 일부 의원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다양성·공평·포용 선발'(DEI pick)이라며 인종주의적 선동을 한 데 화들짝 놀라 내놓은 반응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전직 공화당 의원인 조 월시는 "트럼프가 해리스 같은 사람을 대적할 방법을 몰라 어려울 것"이라며 "언론에 있는 트럼프의 치어리더들은 뭘 할지 잘 알고 추한 성차별, 인종차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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