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실질적 경제 결과 없어 정치·선전 수법 찾아내야…'책사' 왕후닝 필요"
"시진핑, 3중전회 기간 뇌졸중 루머에 베트남 대사관 찾아 조문하며 건강 과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당 서열 5위)가 '사실상 2인자'로 부상했다는 외신 보도를 의식해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당 서열 4위)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분석가들을 인용, 지난주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막을 내린 후 벌어진 일들을 볼 때 시 주석이 왕후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3중전회 폐막 후인 지난 2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3중전회 결정(문)의 작성에서 자신이 작성조장을, 왕후닝·차이치·딩쉐샹(국무원 부총리·서열 6위)이 부조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왕후닝이 '수석 부조장'으로 언급된 것인데, 이는 시 주석이 차이치를 희생시키면서 왕후닝에게 더 큰 역할을 주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이전에는 중앙서기처 서기가 수석 부조장 역할을 맡았던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 시티대 샤밍 교수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이 연 경제 개혁 시대보다 마르크스주의 하향식 경제 계획을 고집하면서 중국 경제가 실질적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샤밍 교수는 RFA에 "시진핑은 더는 경제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없기에 틀림없이 다양한 정치·선전 수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3중전회의 전체 내용은 통일전선 공작 수행, 대외 선전 강화, 인민의 사고 조종에 관한 것으로 정통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왕후닝은 베테랑 작가이자 선전가이며, 그의 역할은 정치적 기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 천다오인도 "왕후닝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차이치 같은 다른 위원보다 이데올로기에 뛰어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서기처 서기가 수석 부조장을 맡는 관례를 깨고 왕후닝을 수석 부조장으로 임명한 것은 당 내 시 주석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의 책사'로도 불리는 왕후닝은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로 만들고 미국의 견제에 맞서 '자강론'에 입각한 부국강병을 외치는 시 주석의 공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 기술대 펑충이 교수는 왕후닝의 '위상 제고'는 차이치가 권력에서 부상하고 있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 1월 블룸버그 통신은 차이치가 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조용히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치가 당 내 서열 5위지만 실제로는 2위 리창 총리를 웃도는 권력을 행사한다고 짚었다.
펑 교수는 "시진핑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며 "그가 뇌졸중으로 고생한다는 루머가 퍼지자 그는 해당 루머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베트남 대사관으로 갔다"고 말했다.
RFA에 따르면 지난 15∼18일 베이징에서 3중전회가 열리던 기간 시 주석이 뇌졸중을 앓았다는 루머가 러시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널리 퍼졌다고 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지난 20일 베이징 주재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별세에 애도를 표했다고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펑 교수는 "시진핑은 차이치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졌고 자신에게 도전할 수 있다는 루머에 민감하다"며 "그래서 그는 차이치 권력 일부를 왕후닝에게 나눠줌으로써 자신이 차이치에 너무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진핑은 이후 그 둘이 서로 싸우게 할 것이다. 어찌 됐든 그 둘은 다 그의 부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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