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오르는 장세 끝날 수도…변동성 큰 강세장 될 것"
금리인하 기대에 엔화 강세…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기술주 강제 매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국 등 세계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분위기가 급랭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모든 자산이 다 오르던 상승장은 끝났다거나, 기술주 강세가 이어지되 변동 폭이 커질 것이라거나, 중소형주 순환매는 지속된다는 등의 다양한 진단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미 빅테크 사흘 연속 큰 폭 하락…중소형주 순환매 지속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60.69포인트(0.93%) 떨어진 17,181.72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이날 장 중 1.17%까지 올랐다가 -1.78%까지 내려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24일엔 하루에만 3.6% 떨어지며 18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 넘게 하락했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A주와 C주 모두 3% 안팎의 낙폭을 보였다.
AMD는 4.36%, 퀄컴은 3.14% 내렸으며 Arm홀딩스는 5.42% 급락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기술주들이 크게 추락했다.
네덜란드 ASML -3.8% 독일 인피니온 -6.5%,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스 -13.7% 등이 모두 하락했다.
아시아에선 SK 하이닉스가 -8.9%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크게 내렸고, 일본 르네사스가 -14%로 2019년 이후 최대 폭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증시에서 급락은 AI 관련 기술주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투자자들이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2.8%로 기대치 보다 높게 나온 데 힘입어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지수는 1.3% 올랐다.
중소형주로 상승세가 옮겨가는 순환매는 이달 초 미국 6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 보다 낮게 나오면서 시작됐다.
미 경제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는 '골디락스' 궤도에 있다는 확신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미 국채는 금리 인하 기대와 안전자산 선호로 가격이 상승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36%로 2월 초 이후 최저였고, 성장률 발표 후엔 연 4.43%까지 내려갔다.
채권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엔화 급등과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서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속에 일본 닛케이 225는 전날 3% 넘게 떨어졌다.
엔화는 지난 10일 달러 대비 161.6엔이었는데 지금은 152∼153엔 수준이다.
금융시장에선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미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엔화는 더 오른다고 FT가 말했다.
◇금리인하 기대감 커져, 엔화 강세…'다 오르는 장' 끝났나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금융시장의 전제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경제 전망에 관한 의심이 커지고, 미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 확대되며, 인공지능(AI) 투자 성과에 관해 갑자기 회의적인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주식시장에서 뭔가 바뀐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기침체로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가브칼 리서치의 CEO 루이 빈센트 가브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던 거래 전략이 청산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자산가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트레이더들은 9월까지는 0.25%포인트, 연내에는 0.60%포인트 인하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년간 미국 통화긴축의 가장 큰 희생자인 엔화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엔화는 이달 초 최저치에서 5% 올랐는데 이는 G10(주요 10개국) 중 최대 폭 상승이다.
투자자들은 멕시코 페소화, 호주·뉴질랜드 달러화에 투자하려고 저금리 엔화 대출을 했는데 이제는 엔화 대비 다른 통화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말했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츠의 경제 및 시장 전략 책임자인 제프 슐츠는 로이터통신에 "투자자들이 그동안 기술주를 사려고 엔화를 팔았는데, 최근엔 엔화 강세와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대형 기술주에서 강제 매도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 가치 상승으로 위안화도 끌려 올라갔고, 투자자들이 차입 투자를 재평가하면서 일본 주식, 금, 비트코인까지 각종 자산이 타격을 입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기술주, 금, 가상화폐, 달러, 신흥시장까지 모든 것이 오르던 장세가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 주가 고평가, 미·중 긴장, 기업 실적 둔화 등 다양한 요인이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예상 수익의 약 22배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14%에 달한다.
◇기술주 강세 계속될 것…변동성 큰 '버펄로 장세'
기술주 상승세가 유지되거나, 중소형주 등으로 순환매가 이어지는 등 강세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키스 러너는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기술주에 긍정적 의견을 유지하지만 두 걸음 나가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등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이번 주가 하락이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용어로 부당하게 포장된 강세장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강세장이지만 변동성이 큰 '버펄로 장'이라고 묘사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BoA는 여름에는 방황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다시 제대로 된 '황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에서 황소는 상승장을 뜻한다.
BoA는 실적, 금리, 생성형 AI 등을 감안할 때 이처럼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대선까지 시장이 요동칠 수 있지만 이후엔 큰 방향이 잡히고 연말 주가는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기술주 상승세가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 애널리스트들은 22일 기술주가 여전히 지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리가 4년 만에 처음 하락 가능성 있지만 상승한 것만큼 빠르게 내릴 가능성이 작고, 금리인하가 늦어질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주식 애널리스트 파라그 다테는 기술주가 주도해도 지난해처럼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상황은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기술주가 부진하더라도 다른 부문이 강세를 보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경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주택 구매, 사업 확장 등을 위한 차입비용이 줄고, 소비 증가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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