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몽골에 이어 라오스도…왕이 "'글로벌사우스 굴기' 막을 수 없어"
왕이, 한국·일본·러시아·인도 등과 양자회담…블링컨과도 회담 예정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3자 외교장관 회의 채널을 잇달아 가동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라오스는 25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첫 3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왕 주임은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 잔재가 여전하지만 '작은 뜰에 높은 담장'(small-yard, high-fence) 전략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에 맞서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신흥세력의 굴기(堀起)는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3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불길을 부채질하는 외부 세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러시아, 라오스 외교장관이 국제·지역 정세에 대한 중국의 판단에 동의를 표하면서 3국간 공조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3국은 올해 개도국이 중심인 주요 다자 협의체의 의장국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중국은 올해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의장국을 맡았고, 러시아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라오스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을 각각 수임했다.
이번 회의에 앞서 중국은 러시아, 몽골과 이달 초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3국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다자간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 함께 3국 협의 채널을 연쇄적으로 가동하는 것은 다분히 미국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필리핀, 호주 등 주요 동맹국들과 양자 정상회담은 물론 3자, 4자 회담을 개최하면서 중국을 비롯해 북한, 러시아 등을 견제해 온 데 맞서 개도국을 중심으로 자국을 지지하는 우군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도서국 등 개발도상국 정상들을 잇달아 베이징으로 초청, 이들 국가와의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한편, 왕 주임은 ARF 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지난 25일부터 라오스를 방문, 숨 가쁜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주요국 외교수장들과 잇따라 양자 회담을 개최한 왕 주임은 통룬 시술릿 주석과 쏜사이 시판돈 총리 등 라오스 정상급 인사들과도 면담했다.
왕 주임은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의 인도주의적 지뢰 제거 협력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왕 주임은 이번 라오스 방문 기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도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중국 외교부는 26일 밝혔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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