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기나' 기대했는데 경계심…"바이든은 그래도 외교 전문가"
"러 입장선 '자유주의 독재자'…해리스 승리시 (기회의)창 닫힐 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급부상하면서 러시아가 긴장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크렘린궁과 그 지지자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미 대선을 지켜보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정치 컨설턴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긴다면 크렌린궁에 큰 실망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반(反) 러시아 조치를 예상해서가 아니라, 그들 관점에서 미 정치의 본질이 비이성적, 비실용적이며 자기 파괴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에서 '자유주의 테러리스트', '자유주의 독재자'라 부르는 사람들을 대표한다"며 "그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전쟁을 끝내는 게 매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창문이 닫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교 정책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수준의 군사·재정 지원을 하긴 했지만 높이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를 초강대국 경쟁자로 두려워했던 냉전 시대를 경험한 바이든 대통령을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적대 행위로 확대될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예측 가능한 인물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가 대규모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렘린궁과 관련된 정치 전문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하면 '딥스테이트'(deep state·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 세력)가 국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크렘린궁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내 선전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한 TV 진행자는 해리스가 "미쳤다"고 말했고, 저명한 학자 안드레이 시도로프는 혼혈인 해리스 부통령을 "수류탄을 든 원숭이보다 나쁘다"며 인종 차별적 발언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외교정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전을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고위 외교관과 가까운 한 러시아 학자는 "어떻게 보든 간에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정책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였다. 이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그와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좋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녀가 딥스테이트의 인질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대선에서 맞붙을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을 비난하며 외교 고립주의를 주장해왔다.
재선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전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발언,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강요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근엔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과 그의 협상 능력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러시아 내에선 그의 재집권 후 미·러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 러시아 기업의 임원은 "러시아 엘리트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면 적어도 제재 확대가 끝나고 전쟁이 종식되고 러시아 기업의 위험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화당도 푸틴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지만 민주당보단 실용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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