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국가 안전 위협시 무기사용 면책권"…"살인면허 정당화"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국경을 단속하는 군인 등 안보 기관 종사자들이 무기를 전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폴란드 의회 문턱을 넘자 인권 침해 우려가 들끓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폴란드 의회는 벨라루스 등과의 국경에서 군인 등이 면책권을 가지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경 지대에서 개인이나 국가의 안전에 위협이 있을 경우 군인이나 안보 요원들이 규칙을 위반해 무기나 무력을 사용해도 형사 책임이 배제되는 내용이 골자로,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2021년부터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입국하는 난민 수가 증가한 가운데, 폴란드와 유럽연합(EU)은 러시아와 그 맹방 벨라루스가 인접국의 사회 불안을 야기하려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을 밀어내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런 가운데 21세의 폴란드 군인이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난민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지난 6월의 사건은 폴란드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폴란드 일간지 제치포스폴리타의 조사에 따르면 폴란드인의 약 86%가 무력을 사용하는 난민을 쫓아내기 위해 군인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폴란드 안팎에서 나온다.
유럽 최고 인권 기구인 유럽평의회 등은 이 법안으로 인해 군인들이 책임감 없이 행동하거나 이주민 등을 상대로 살해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평의회의 마이클 오플래허티 인권위원장은 이 법안이 "인권에 대한 책임 부재를 촉발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폴란드의 변호사이자 활동가인 한나 마힌스카는 "국가 안보 문제가 인권 침해 행위의 백지 위임장이 될 수는 없다"라며 "어떤 것도 살인 면허를 도입하는 규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폴란드는 2021년에는 국경 지역에서 민간인과 구호 요원 접근을 막는 완충 지대를 운영했다가 인권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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