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 인태사령부 지휘 안받고 독자적 작전 수행
대만 등 개입할 수도…'아시아판 나토' 구축해가나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 지휘통제 연계 강화를 위해 창설되는 주일미군 통합사령부에 대해 아시아 안보 지형을 바꿀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도쿄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통합군 사령부 창설에 대해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통합군 사령부 창설은 1951년 미일안전보장조약 체결 후 주일미군의 가장 큰 변화라는 것이다.
일단 통합군 사령부 창설로 주일미군 5만 명의 효율성이 대폭 향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도쿄 외곽의 요코타 비행장에 주일미군사령부(USFJ)를 뒀지만, 일본 정부와의 연락이나 행정 업무 처리 등의 기능만 맡아왔다.
각종 훈련을 비롯해 군사 작전의 지휘는 일본에서 7천500km 떨어진 하와이의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과의 무력 충돌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일미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RAND) 연구소의 제프리 호눙은 "중국과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이버 공격이나 해저 통신 케이블·통신 위성 등에 대한 공격 탓에 일본을 비롯한 태평양 지역의 통신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통합군 사령부를 일본에 두게 되면 주일미군은 전쟁 시에도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만 통합군 사령부의 구체적인 기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유사시 일본의 방어가 첫 번째 존재 이유이지만, 대만 등 인근 지역의 무력 충돌에도 개입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실제로 오스틴 국방장관도 통합군 사령부 창설과 관련한 성명에서 "강압적인 행동으로 대만과 남중국해 등 이 지역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군 사령부의 신설이 일본 자위대의 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주한미군사령부와는 달리 통합군 사령부는 유사시에도 자위대의 작전에 관여하지 않고, 주일미군만을 지휘한다.
다만 일본은 육상·해상·항공자위대를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키로 하는 등 작전 능력 강화에 나선 상태다.
특히 일본은 최근 수년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생전인 2021년 대만 싱크탱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대만의 비상사태는 일본의 비상사태이고, 미일 동맹의 비상사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에 연안 감시 레이더를 무상으로 제공한 데 이어 합동훈련과 재난 구호 활동 시 상호 파병을 용이하게 하는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앞서 일본은 호주와도 같은 내용의 협정을 맺었다.
일본에 설치되는 미군 통합군 사령부가 안착할 경우 향후 비슷한 모델이 인도·태평양의 다른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지난달 미국 영토인 자치령 괌의 방어를 위해 합동 사령부를 설치했고, 현재 호주와도 비슷한 성격의 사령부를 신설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같은 사령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확산할 경우 유사시 미군이 더욱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향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을 시도한다'고 주장하는 중국이나 북한도 이 같은 안보 지형 변화에 촉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ko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