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베를린=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김계연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되자 각국은 자국의 입장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내놨다.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어온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을 암살 배후로 직접 지목해 비난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3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 하니예에 대한 비열한 살인을 규탄한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평화를 달성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공격의 목적은 가자지구 전쟁을 중동 지역 전체로 확장하는 데에 있다면서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을 막지 않는다면 중동은 더 큰 규모의 분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물론 이스라엘과도 우호관계인 러시아도 하니예 사망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적 암살"(미하일 보그다노프 외무차관)로 규정하고 중동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하니예의 사망으로 이어진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러한 행동이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려는 시도에 반하거나 이미 긴장된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14개 정파를 초청해 중재 역할을 자처한 중국은 이스라엘을 언급하지 않은 채 추가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암살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며 "이 사건이 지역 정세를 한층 동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보는 서방 국가들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 진영의 보복과 확전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안토니아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동맹국들과 연락을 취하며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확전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바스티안 피셔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맞대응 보복 논리는 잘못된 방법"이라며 "모든 당사자는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이란이 암살의 배후로 지목한 미국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CNA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암살을 인지하고 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며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을 중재해 온 아랍권 국가들은 협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한쪽이 다른 쪽의 협상 상대를 암살하면 어떻게 중재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하니예 암살로 휴전 협상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외무부도 "휴전 협상이 진전 없는 상황에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권의 지도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즉시 입장을 내진 않았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서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을 모색중이다.
이란이 후원하는 하마스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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