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확산일로다. 모기업 큐텐의 다른 계열사로 위기가 번지고 피해도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인터파크도서는 31일 "입점사인 교보문고와 정상화 시점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앞서 종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AK몰도 전날 공지를 통해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를 통해 티켓을 판매한 공연 기획사들도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손해가 10억원이 넘는 회사도 있다는 소식이다. 관련 당국은 이번 사태의 피해가 더는 확산하지 않도록 신속히 관련 조처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큐텐 그룹의 무리한 사업확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전날 국회 정무위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 절차나 규정도 철저히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큐텐은 1억7천300만달러(약 2천300억원)에 북미·유럽 기반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했다. 소비자와 판매자 간 거래대금을 마치 '자기 돈'처럼 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티메프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이달 초부터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금 정산을 제때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매출 올리기에만 열중한 셈이다. 정산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물건을 팔았다면 사기행위와 다름없다.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정산금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에서도 티메프가 최근까지 계속 쇼핑몰을 운영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이커머스 산업에 대한 당국의 관리가 부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위메프는 2020년, 티몬은 2022년부터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도 관리 감독이 되지 않았다고 하니 할 말을 잃을 노릇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국회 답변에서 "미상환·미정산 금액과 추가로 신규 유입되는 자금의 일부분은 별도 관리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티메프측이) 건건이 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제대로 이행 안 됐다"고 했다. 금융 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티메프는 이날 공지를 통해 "법원의 통제 감독하에 영업을 정상화하고 채권자들의 피해를 보상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회생법원이 두 회사의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을 받은 뒤 일단 자산과 채권을 동결했기 때문에 당분간 채권 변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자금줄이 막힌 중소상공인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는 추산이 나오는데 앞으로 법원이 회생을 결정하든 파산으로 가든 판매자들이 온전히 대금 정산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5천6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것으로 피해가 얼마나 보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하면서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한 관련 제도 정비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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