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과학기술로 재탄생한 전통문화, 디지털로 도약 꿈꾼다

입력 2024-08-03 08:00  

[이지 사이언스] 과학기술로 재탄생한 전통문화, 디지털로 도약 꿈꾼다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지난 6월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폐막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회.
명품 브랜드의 화려한 보석과 장신구 사이에서 전시 구획을 나누는 데 쓰인 한국적 느낌의 원단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중앙화동재단이 전통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그물 모양의 '라(羅) 라이크' 원단이 구획을 나누는 소재로 곳곳에 배치된 것이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대표적 고급 직물인 '라(羅)'는 여러 올의 실을 그물처럼 성글게 짜여 투명한 느낌이 나도록 한 원단이다.
중앙화동재단은 문헌 속에만 존재하던 라의 무늬와 재료를 복원하는 작업을 거쳐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원단을 구현해냈다.
3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통르네상스지원단에 따르면, 이처럼 전통문화기술을 과학기술로 재조명해 실생활에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최근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바이오 염색공법을 개발 중인 큐티스바이오는 코오롱FnC와 손잡고 지속 가능한 패션 개발을 진행 중이다.
큐티스바이오가 전통문화 기술을 토대로 구축한 친환경 쪽빛 염색공법을 활용해, 최근 소비자들이 주요 소비 가치 중 하나로 삼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에 수요층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화동재단은 까르띠에와 기술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큐티스바이오는 지난해 명품 브랜드 구찌, 샤넬과 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의 만남은 의복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충북대는 종이류 문화재 복원에 필요한 얇은 종이 시장을 장악하던 일본 화지를 대체할 수 있는 전통 극박지를 개발해 국산화 가능성을 높였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통문화를 일상 속으로 들여오기도 한다.

지난 6월 열린 메타버스 엑스포에는 올해 공개된 화성 행궁 건축물과 무예 24기 동작 등을 활용한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 관이 눈길을 끌었다.
전통문화를 3차원(3D) 정보로 구축한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로 이들 데이터는 지난 3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메타버스데이터랩에 8천744건, 언리얼·유니티 등 민간 플랫폼에는 7천989건이 공개됐다.
게임과 메타버스 업계의 반응도 뜨겁다.
전통르네상스지원단에 따르면 언리얼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지난해에만 2억5천978만여 건의 데이터가 다운로드됐다.
이들 사업은 전통기술에 과학기술을 접목해 전통산업을 활성화하는 정부의 '전통문화혁신성장융합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9월 시행되는 전통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전통문화산업 기술 개발과 연구개발(R&D), 기술 융합에 대한 지원 규정이 마련되면 이런 디지털화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단순히 전통문화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감 전시 등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실감 콘텐츠 개발도 활발해지리란 기대다.

이상수 KIST 전통르네상스지원단 단장은 "첨단을 달리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전통문화에 적용하면 전시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문화재처럼 옮기기 힘든 전시품을 3차원 렌더링을 통해 공유하거나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문화 콘텐츠는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사업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존 사업에서 보여줬다"며 "기존 사업이 '시즌 1'이었다면 디지털을 활용하는 콘텐츠는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통문화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이런 시도는 올해 R&D 예산삭감과 맞물려 관련 예산도 축소되면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라 원단 복원사업도 여러 무늬를 복원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었지만 이번 예산 축소로 추가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형문화재 필장(붓 만드는 기술) 이수자로 문화유산과 민속학 정책을 연구해 온 박창선 KIST 전통르네상스지원단 박사후연구원은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이 사업은 과학기술과 타 분야 융합을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라며 "전통 공예가와 인문학, 과학기술 현업 연구자들이 만나는 장으로는 지원단이 사실상 유일한 곳이고 이를 위한 플랫폼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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