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타격? 대리세력 동원?…'핏값 거론' 이란, 보복 선택지는

입력 2024-08-01 17:01  

직접 타격? 대리세력 동원?…'핏값 거론' 이란, 보복 선택지는
"자국영토 내 실행 판명시 이스라엘 직접 공격 무게…하이브리드 작전도 가능"
전문가, 3대 시나리오 거론…"정치적 메시지 크되 물리적 피해 최소화 염두"
"네타냐후, 이란 끌어들여 확전 통해 미국 개입 희망…이란, 전면전 추구는 안 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 이란이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하면서 그 방법과 시기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란의 실제 대응 수위에 따라 확전 기로에 선 중동 정세의 향배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흠집 난 중동 강국의 자존심 회복과 전면전시 걷잡을 수 없는 파장 감수라는 두 가지 명제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란의 셈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혹한 징벌을 자초했다면서 "이란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벌어진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며 복수를 암시했다.
자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귀빈이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당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이란으로서는 상응하는 수위의 복수를 통해 체면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테헤란에서 활동 중인 분석가 아미르 호세인 바지리안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복수를 예고한 이란에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첫 번째 선택지는 미사일과 드론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미 이란은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영사관이 공격받아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이 사망하자 무장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수백기를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도 이후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남부 이스파한에 대해 재보복을 가했다.
바지리안이 꼽은 이란의 두번째 보복 옵션은 소위 '대리 세력'(Proxies)을 활용한 간접적 보복이다.
가자전쟁 내내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해온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홍해를 지나는 상선과 서방 군함을 공격하며 국제 해상로를 마비시켰던 예멘 후티 반군 등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지리안이 꼽은 이란의 3번째 선택지는 직·간접적 공격을 모두 동원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작전'이다.
바지리안은 "이란과 다른 저항의 축 구성원이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와 최대 항구도시 하이파 등을 공격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상징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이 국경 밖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명되면 이란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며, 이스라엘의 암살이 자국 영토 내에서 실행된 것이라면 이란은 아마도 이스라엘 직접 공격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보복 옵션을 택하든 이란과 이스라엘은 모두 전면전을 피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바지리안은 "이란이 전면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이스라엘 역시 단독으로 이란과의 전면전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측 모두 체스에서처럼 핵심 게임을 지배하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확전을 원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테헤란에 본부를 둔 과학조사·중동전략연구센터의 페르시아만학 담당 이사 자바드 헤이라니아는 "네타냐후는 이란을 끌어들여 전쟁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미국도 개입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억제적(deterrent) 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 확대될 수 있고, 이는 네타냐후를 이롭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이자 '롱 워 저널'의 에디터인 조 트루즈먼도 전면적 대응을 경계했다.
그는 "헤즈볼라, 이란을 포함한 '저항의 축' 구성원들의 대응이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은 전면적인 역내 전쟁으로 비화할 잠재력이 있다. 이 경우 가자전쟁은 상대적으로 상대적으로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과 이스라엘간 직접 대치 구도를 만들어낸 하니예 암살이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국제관계대학) 중동학연구소의 시나 아조디 방문연구원은 "이번 암살은 가자 휴전 협상을 소멸시킬 수 있다. 중재국인 이집트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휴전 의향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차원에서 이란이 지난 4월처럼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치지 않고 대리 세력을 활용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아조디 연구원은 "이란은 정치적 메시지는 크지만, 물리적 피해는 최소화한 대응을 원한다"며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미국을 끌어들이는 역내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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