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뮌헨올림픽 참사 후 강화된 경호 더 강화
소셜미디어에 '선수 납치·살해에 현상금 6천만원'까지
선수들 좌불안석…출국 전 '어게인 뮌헨' 협박메일 받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국가대표 선수단이 파리 올림픽에서 최고 수준의 경호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마스 최고 지도자가 이란 영토에서 암살되는 사태로 중동이 일촉즉발 긴장에 빠지면서 선수단 보호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파리 올림픽에 앞서 출전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장기간 준비해왔다.
이스라엘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2년간 파리 올림픽 준비 계획을 수립했고, 이 과정에서 신베트·프랑스 당국자들이 수많은 회의를 열었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하던 지난 6월 초 이스라엘 문화체육부는 올림픽 선수단의 경호 예산을 50% 확충했다.
개최국인 프랑스 당국도 이스라엘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팀을 구성했다.
이스라엘 축구 대표팀이 지난달 24일 말리와 경기를 위해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는 진압 부대가 탄 경찰차 수십 대가 이들을 호위할 정도였다.
이 같은 경호는 올림픽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된 '검은 9월단'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침투해 인질극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이 살해됐다.
그 뒤로 매회 올림픽마다 개최국은 특별 경호 인력을 배치하며 이스라엘 선수단의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러던 와중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면서 선수단 안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전쟁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국제사회 내 반(反) 이스라엘 정서가 커졌고, 파리에서도 연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최근 이스라엘이 주변국 영토에서 저지른 암살 때문에 갈등은 훨씬 더 악화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현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의 최측근인 파우드 슈쿠르를 죽였다.
이튿날에는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의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살해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복수를 다짐하며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중동 내 친이란세력들과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이스라엘의 선수단을 위협하는 사이버상 움직임도 포착돼 불안을 더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이스라엘 국가사이버국이 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단을 위협하는 소셜미디어(SNS) 영상을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은 선수들을 납치·살해하는 데 대한 '가격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암살 보상금으로 4만 유로(약 6천만 원)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에 따르면 이 영상에는 뮌헨 올림픽 테러 장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은 프랑스 극우 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앞서 국가사이버국은 일부 해커들이 SNS에서 프랑스 극우 학생 단체 GUD를 사칭한 채널을 만들어 이스라엘 선수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공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선수들은 파리로 출국하기 전 "우리는 1972년 뮌헨 올림픽의 사건을 반복할 계획"이라는 위협이 담긴 익명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NYT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지도자들이 암살된 이후 보안 관계자들이 선수들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미 국가 원수급 경호를 받는 이스라엘 선수들은 더 강화된 경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선수단에도 처신과 관련한 지침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경우에도 시위나 논쟁에 참여하지 말고, 전쟁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다.
17년간 국제 대회에 출전해온 이스라엘 마라톤 선수 마오르 티유리는 대회를 위해 여행할 때 국가를 드러내는 옷은 전혀 입지 않고, 국가대표팀 가방에 붙은 이스라엘 국기 위에는 테이프를 붙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다"며 "힘들지만 그게 현실이고 그로 인해 내가 더 안전하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