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침체 공포에 亞증시 '검은 금요일'…반도체주 폭락(종합)

입력 2024-08-02 16:42   수정 2024-08-02 16:50

美경기침체 공포에 亞증시 '검은 금요일'…반도체주 폭락(종합)
日닛케이 5.81% 급락해 사상 두번째 낙폭…토픽스 2016년 이후 최대 6.1%↓
하이닉스 -10.4%, 도쿄일렉트론 -11.99%, TSMC -5.94%
2일 美 실업률 발표 주시…부진시 추가 변동성 우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한 가운데, 2일(현지시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공포(패닉)에 휩싸이며 주가가 폭락했다.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시작됐는데도 금리인하가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공포감(패닉) 수준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검은 금요일'이 펼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이날 발표될 미국의 7월 실업률과 비농업 고용지수가 또다른 주가 폭락의 뇌관이 될지 잔뜩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2,216.63(5.81%) 내린 35,909.70에 장을 마감, 종가 기준 지난 1월 26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하락분 2,216.63은 닛케이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닛케이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단기 정책금리를 0.0∼0.1% 정도에서 0.25% 정도로 올렸던 지난달 31일 1.49% 상승했지만, 1일(-2.49%)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크게 떨어졌다.
일본의 다른 주가지수인 토픽스는 이날 하루 6.14% 급락, 2016년 6월 24일(-7.3%)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토픽스는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달 11일 종가 대비 13% 넘게 하락해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일본의 단기 정책금리 인상 및 미국의 금리 인하 시사 속에 최근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도요타(-4.22%) 등 수출 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금리인상 수혜주로 꼽혔던 미쓰비시UFJ은행(-12.14%) 등 금융주도 이날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속에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101.49포인트(3.65%) 내린 2,676.19를 기록, 2,7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코스닥 지수는 4.20%, 대만 자취안 지수는 4.43% 내렸다.
이날 아시아 각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삼성전자(-4.21%)·SK하이닉스(-10.40%)·한미반도체(-9.35%)를 비롯해 일본 도쿄일렉트론(-11.99%)·어드반테스트(-8.01%), 대만 TSMC(-5.94%) 등이 일제히 내렸다.
한국시간 오후 3시 39분 기준 중국 본토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0.87%)와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0.97%)도 약세다. 중국 투자자들은 경기 부진 속에 당국이 어떤 부양책을 내놓을지 기다리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2.24%),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2.02%)도 하락 중이다.
호주 S&P/ASX 200 지수 종가는 2.11% 떨어졌다.

이날 아시아 증시 흐름은 전날 미국 장세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1일 S&P500지수(-1.37%)를 비롯해 나스닥종합지수(-2.30%),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21%) 등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14% 급락했고, 실적 부진 속에 인텔(-18.9%)과 아마존(-6.88%)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폭락했다. 이에 따라 증시 랠리를 주도한 인공지능(AI) 붐에 대한 '거품' 우려가 커진 상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9월에 금리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고용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침체 우려가 특히 부각됐다.
지난주(7월 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천건으로 지난해 8월 첫째 주간(25만8천건)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였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았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경기 둔화 징후, 세계적인 기술주 약세, 일본 주가지수 하락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는 장중 3.3%가량 하락, 2022년 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79 내린 104.242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종가)은 전장 대비 5.0원 오른 1,371.2원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42엔 내린 148.94엔이다.
시장은 미국의 7월 실업률과 비농업 고용지수 발표를 주시하고 있으며, 실업률이 시장 전망(4.1%)보다 높게 나올 경우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IG호주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실업률이 4.3%를 향해 가고 고용 증가가 10만 건을 밑돌 경우 (기존의) 모든 계획이 무효"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준이 7월 기준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미 증시가 추가로 조정받을 경우, 그 여파는 아시아 시장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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