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귀환'에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익 10조원 회복…TSMC 매출도 추월
전영현 "실적 개선은 시황 덕"…근원적 경쟁력 회복 위한 新조직문화 강조
경기 침체 우려·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에 주가 하락…노조 리스크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데 이어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인 HBM3E를 3분기에 본격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밝지 않다.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카드를 꺼내 들었고, 25일간 총파업을 해 온 노조는 현업에 복귀는 하지만 장기적인 투쟁은 이어간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익 10조원…"HBM3E 3분기 본격 양산"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10조4천4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 개선으로 2022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6조4천500억원을 기록했다. HBM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DDR5와 고용량 SSD 제품의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DS 부문 매출(28조5천600억원)이 TSMC의 매출(6천735억1천만 대만달러·약 28조5천억원)을 근소하게 추월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타이틀을 되찾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HBM 공급 일정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HBM3E 8단 제품은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HBM3E 12단 제품 역시 복수의 고객사 요청 일정에 맞춰 하반기에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고객사와의 비밀유지계약(NDA) 준수를 위해 언급할 수 없다"고 했지만, HBM의 공급 시점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BM은 통상 사전에 고객사와 맺은 계약을 토대로 공급 물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캐파(생산능력) 확대와 맞물려 하반기 HBM 매출 비중이 상반기 대비 3.5배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근원적 경쟁력 회복해야"…'AI 거품론'·대중 규제 강화 등도 부담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신호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실적 발표 다음 날인 1일 사내 게시판에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은 이어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 문화를 재건해야 한다"며 '반도체 신(新)조직문화'(C.O.R.E. 워크)를 제시했다.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 'AI 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점도 부담이다.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이 최근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AI 거품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인텔은 100억달러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벤처 캐피털 업체인 세쿼이아에 따르면 현재까지 AI 부문에 투자된 금액이 6천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AI 매출은 40억달러에 불과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현재 초기 AI 투자기에 경쟁적으로 가속기 반도체를 확보 중인 미국, 중국 빅테크 업체들이 비용 증가, AI 매출 저조, 재고 증가,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내년부터 투자 강도를 완화한다면 HBM 수요도 현재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하락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일 4.21% 급락하며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의 낙폭은 2020년 6월 15일(4.59%) 이후 약 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전까지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움직임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추가 조치에도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일단 새 조치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현업 복귀' 노조, 장기전 예고…'노조 리스크' 여전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까지 낳았던 '노조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사측과의 '끝장 교섭' 결렬 이후 현업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이는 임금 교섭 타결에 따른 파업 종료가 아니라 '장기전' 돌입을 위한 일종의 '일보 후퇴'이기 때문이다.
전삼노는 총파업 25일 차인 지난 1일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현업 복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의 임금 손실과 대표교섭 지위 종료 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단 노조의 현업 복귀로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전삼노가 정치권,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 게릴라식 부분 파업 가능성 등을 예고한 만큼 '노조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파업에도 고객 물량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노조 파업이 지속되더라도 경영과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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