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 강경·우크라 지원 계속…이스라엘엔 바이든보다 '엄해'
외교와 압박 병행 대북정책 지속 추진…톱다운 협상엔 비판적
경제는 중산층 살리기…IRA·반도체법 등 산업정책 계속 이행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2일(현지시간) 공식 선출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정책 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를 대체로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직 구체적인 정책 공약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 3년 반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로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지지하고 적극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골간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교·안보에서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공동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대비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참모들은 해리스 행정부에서도 확고한 우크라이나 지원과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BC뉴스도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충실하게 집행해왔으며, 그의 정책은 대부분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접근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당국자들의 관측을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과거 발언을 보면 그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2022년 9월 동남아시아를 방문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주변국을 강압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의 자국 방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대화를 계속 시도하는 가운데 동맹과 함께 제재 압박을 유지하고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 등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식 북핵 외교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적이 있어 북미 간 대화가 어느정도 진전되기 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미동맹을 최대한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스스로를 외교 전문가로 여기는 바이든 대통령 밑에서 주요 외교 현안을 맡을 기회가 많지 않았고, 외교 경험이 많지 않아 오히려 고정 관념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예를 들어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참사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강력하게 우려 목소리를 내며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해왔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저소득 노동자, 여성, 중소기업과 중산층 가정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미국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2일 선거캠프 연설과 이후 유세에서도 "중산층 강화가 내 대통령 임기를 정의하는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인 다수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급등한 물가에 불만을 품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생활비 부담 경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달 30일 유세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불공정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대형 제약사의 처방약 가격을 제한하는 등 중산층을 위해 물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미국 제조업 부흥과 공급망 강화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표 산업정책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한 한국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상원에 상정된 IRA에 대한 찬반이 동률인 상태에서 상원 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재직 시절 BP와 코노코필립스 같은 거대 석유회사에 소송을 제기했고, 엑슨모빌이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해 주주들에게 거짓말을 했는지도 조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낙태권을 보호하는 연방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국경 순찰 요원을 늘리고, 마약 유입과 인신매매를 막는데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민의 근본 원인인 중미 지역의 빈곤, 범죄, 부패 문제 해결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맡겼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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