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지난달 금융권 제안요청서 마감…"만족할 제안 있어"
K-9 308문·K-2 전차 820대 등 잔여계약 순항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금융계약 지연으로 진행이 더뎠던 폴란드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2차 방산 계약 이행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폴란드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작년 말 계약을 맺은 K-9 자주포 152문에 대한 대금 지급을 위해 금융권을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접수했다.
이 계약은 약 3조4천475억원 규모다.
한국 시중은행들이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같은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하는 집단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을 비롯해 유럽 등 다수의 글로벌 금융기관이 각자 유리한 조건으로 RFP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RFP 접수 마감 뒤 폴란드 정부 쪽에서 만족할 만한 금리와 조건을 제시한 곳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금융계약 체결이 머지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22년 폴란드 정부는 한국 방산업계와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기본계약을 맺었다.
이어 그해 K-9 212문과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1차 실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K-9 잔여 물량 가운데 152문을 금융계약 체결 등을 조건으로 2027년까지 순차 공급하는 내용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2차 실행계약은 계약 발효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 금융계약 체결이 미뤄지면서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계약 협상 과정에서 폴란드는 한국에 저리의 수출 정책금융 지원을 요구했으나, 한국의 수출 금융 지원 여력이 바닥나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한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 수출입은행(수은)법을 개정, 수은의 자기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등 방산 계약 보증 지원을 위한 체계를 정비했다.
기존 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는데 폴란드와의 방산 계약 규모가 이를 이미 초과한 상태였다.
이와 함께 시중 은행들을 독려해 폴란드 수출 기업에 대한 신디케이트론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노력했다.
폴란드 정부 역시 작년 말 정권교체 이후 직전 정권이 추진한 한국산 무기 도입에 대해 일부 논란이 일었으나, 급증하는 국가안보 위협 앞에 국방 선진화 계획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 한국과의 방산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수은법 개정으로 자기자본금 한도가 25조원까지 높아졌지만, 실제 기획재정부가 추가로 출자한 금액은 현재까지 2조원 수준이어서 폴란드 잔여 계약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폴란드에 충분히 설명했고, 폴란드 측 역시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잔여 계약에 정책보증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번에는 일반 금융권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금융계약의 체결 시한은 지난 6월까지로 제시됐으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폴란드를 방문해 기한을 오는 11월까지로 연장하는 등 정부도 전방위 지원을 펼쳤다.
숙제로 여겨졌던 2차 금융계약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남은 전체 2차 계약의 진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폴란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308문에 대한 잔여 계약이 남아 있고, 현대로템과도 K-2 전차 180대 계약에 이은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폴란드와의 2차 계약 발효를 위한 금융계약이 시한보다 앞서 이르면 8∼9월 안에 발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노력과 지원이 있었지만, 차제에 미국처럼 원조·차관 형식으로 수출 금융을 지원하는 해외군사재정지원제도(FMF)를 도입하는 등 제도 보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찍이 방산 수출에 특화된 금융지원 체계를 운영해온 주요 방산 선진국들은 최근에는 지원 형태를 대규모화하고 패키지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FMF 등 선진국 수준의 수출금융 제도 고도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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