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허니문. 꿀 같이 달콤한 달이라는 뜻으로, 결혼 직후의 즐겁고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허니문'의 정의다.
석달여 남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근 미국 언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중 하나가 바로 이 허니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대선 레이스 하차 이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직 '승계'로 확 달라진 대선 판도를 규정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후보 교체만으로 말 그대로 바닥부터 민주당 전반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80대인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 캠페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열기가 민주당의 크고 작은 행사마다 밑바닥부터 흘러넘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하는 유세마다 흑인과 청년층 유권자들의 참여가 봇물을 이루고, 그들의 눈빛은 형형하기 그지없다.
여론 조사상으로도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구도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던 수치가 해리스 부통령 등장과 함께 팽팽한 접전 형세로 다시 좁혀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극적인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허니문은 언제까지고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국 정치에서도 대선 후보를 갈아치우는 스케일의 대대적인 국면 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저런 돌파구 마련을 위한 흔한 카드 가운데 하나가 '새 피 수혈'과 '간판 교체'다.
대부분의 경우 근본적 체질 개선과 차근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반짝 효과로 그치기 마련이다.
새로 들어온 인물이 자칫 실수라도 할 경우 올라갔던 기대치에 비례한 호된 신고식과 여론의 뭇매가 뒤따르는 경우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역시 아직까지는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기세가 초반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애써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물론 해리스 부통령이 기세를 몰아 실제 대선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고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것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행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문제를 공격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그간 인도계로만 자신을 내세우다 몇 년 전 갑자기 흑인이 됐다면서 "그녀가 인도계냐 흑인이냐"며 인종 문제를 대놓고 거론하며 특유의 인신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피격 사건 이후 한때 통합의 메시지를 내세우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에 일종의 경계심과 조급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허니문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사실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달콤함의 유통기한은 결국 당사자 노력의 몫이다.
100일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그가 한시적 반짝 효과에 기대지 않는 진검승부에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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