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계, '해리스는 우리가 아냐' 트럼프 인종공세에 경악

입력 2024-08-03 16:06  

美학계, '해리스는 우리가 아냐' 트럼프 인종공세에 경악
'인도계의 변장' 주장하며 미국 흑인과 갈라치기 시도
'타자화 전략' 고전수법이지만 트럼프 '차원 다르다' 지적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인 자신의 민주당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전례 없는 수준의 인종주의적 공세를 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역사학자·분석가들을 인용해 인종을 주제로 한 공격은 미국 선거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항상 자신을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하던 해리스 부통령이 갑자기 흑인으로 정체성을 바꿨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전날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해리스 부통령이 인도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당신의 인도계 유산에 깊이 감사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잇단 공격은 흑인 유권자들과 해리스 부통령을 갈라놓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출신'에 계속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흑인 표심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흐름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카멀라 부통령은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를 두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사법을 '타자화'(Othering)'라고 소개했다.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를 '다른 사람', '우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해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타자화 전략은 미국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이용돼 왔다.
특히 20세기 들어 미국 내 다양한 이민자 집단이 생기고, 유권자들 사이에 인종적 투표 성향이 나타나면서 경쟁 상대를 '남'으로 규정해 공격하는 방식이 널리 구사됐다.
NYT는 "수십 년간 인종, 민족, 성별, 경제적 계층, 종교 등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가진 후보자들을 상대로 타자화 전략이 사용돼 왔다"며 "이는 (후보자를) 유권자들에게 이질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고, 때론 효과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자화 전략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미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소속 역사학자인 티머시 나프탈리는 "미국 정치권에서 유리천장을 깨려고 할 때마다 타자화가 강화되는 경향이 관찰된다"며 "트럼프가 유독 지독한 정치인인 것은 그가 정적에 대한 타자화에 노골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으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이탈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NYT는 짚었다.
분열을 조장하는 이런 전략이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 중 한 인종 이상에 속한 사람은 12%에 달한다.
또한 2008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시민권에 의문을 제기하며 출생을 둘러싼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그의 당선을 막지는 못했다.
당시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은 오바마 후보가 '아랍인이라 신뢰할 수 없다'는 유세장의 한 지지자에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는 괜찮은 가장이자 시민"이라며 "나는 그저 근본적인 사안에서 그와 의견이 다른 것이고, 그게 이 선거를 하는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NYT는 "미국 역사상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타자화) 전술을 전면적, 적극적으로 이용한 대선 후보는 없었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으로 민주당에 활기가 돌자 그가 이런 전략을 더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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