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사퇴 요구하며 납세 거부·전면 파업 촉구…"방글라 독립운동 떠올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서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 제도 추진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방글라데시 총리가 시위대에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전면적인 시민 저항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하시나 총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관저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나는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며 "학생들 요구가 대부분 충족됐다고 생각하며 그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위와 관련해 '폭력사태'에 대한 사법 조사가 시작됐다며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누구든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위대 지도자인 나히드 이슬람은 시위 연설을 통해 "살인자 정부에 정의를 요구하거나 그들과 대화할 수 없다. 용서를 구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며 "총리는 사임하고 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4일부터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전면적인 비협조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세금과 각종 공과금 납부 중단 및 노동자와 공무원들에게 파업을 요구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대학생들은 이에 반대하며 지난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전국적인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군대를 배치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일로 100명이 넘는 시민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다쳤다.
이후 같은 달 21일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크게 완화한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시위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시위 체포자 석방과 하시나 총리 사과 등이 수용되지 않자 시위대는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가 전면적인 저항 운동에 들어간 데 대해 일리노이 주립대 정치학과 알리 리아즈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가 1971년 방글라데시의 대(對) 파키스탄 독립운동을 떠오르게 한다고 짚었다.
리아즈 교수는 "이제 전세가 역전됐으며 정권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하시나 총리가 출구전략을 펼칠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싸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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