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고용이 급격히 둔화하며 팬데믹 후 등장한 역동성이 사라질 위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실업률이 4.3%로 작년 초 저점 대비 거의 1%포인트 상승했고, 신규 일자리가 11만4천개로 지난 4월을 제외하면 2020년 말 이후 최소를 기록했다고 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관해 허리케인에 따른 일시적 충격 등을 거론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신규 실업보험 청구 증가나 임금 상승 둔화 등은 노동 시장이 뚜렷이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WSJ은 말했다.
WSJ은 2022∼2023년에 공급망 문제와 인력난으로 인해 미 경기가 위험할 정도로 과열됐으며, 이것이 노동시장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25∼54세 경제활동참가율이 지난달 20여년 만에 최고를 찍었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고임금 일자리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넘어섰고 임금 불평등이 감소했다.
데이비드 오터 등의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누적된 임금 최하위 10%와 최상위 10% 간의 격차 중 3분의 1이 팬데믹 초기부터 2023년 중반 사이에 해소됐다.
이에 더해 창업이 활발해졌고 기술 투자도 확대됐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마이클 피어스는 이를 두고 "'고압경제'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는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1970년대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속도 이상으로 돌아가는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고압경제가 일자리를 늘리고, 자본지출과 연구개발(R&D)을 장려하며 창업을 촉진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너무 오래 유지되면 금융위기나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WSJ은 코로나19 사태로 고압경제가 끝나는 듯했지만, 저금리와 정부 재정 지원에 힘입어 다시 노동시장이 달아올랐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원격 근무 확대에 힘입어 일터에 합류했고, 25∼54세 흑인은 취업률이 2019년 7월 75.2%에서 지난달 77.9%로 상승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R&D) 기업 투자 비율이 상승했고 지난 2분기 채용 가능성이 높은 사업체의 창업이 2019년 4분기 대비 26% 많았다.
이런 가운데 연준은 경제와 노동시장의 균형을 잡으려고 금리를 인상했다.
WSJ은 이제 문제는 연준의 재조정 작업이 과도하게 진행됐는지와 노동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큰 혜택을 본 집단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24세 엘리야 아계망의 경우 11개월간 IT 분야 수백곳에 지원했지만 정규직 제안을 받지 못했다.
그는 "그들은 경험 부족을 지적하거나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WSJ은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 때 청년, 저학력자, 빈곤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스타트업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팬데믹 후 미국 경제는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역동성을 얻었는데, 이제 그것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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