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심리 팽배' 코스피 장중 5%대 폭락…"단기바닥 예측은 어려워"
전문가들 "경기침체 우려는 과장 가능성…투매 실익 없어, 일단 기다려야"
채권·주식간 리밸런싱 과정 "美 국채금리 하락 멈춰야 주가도 바닥 잡을것"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이민영 기자 = 코스피가 지난주 말(2일) 3%대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5일 오전에도 4% 넘게 하락하면서 단번에 2,500 중반대까지 주저앉았다.
미국 빅테크 조정장이 본격화한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시장 전체가 공포심에 휘둘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는 과도하다며 당장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종가 기준 2,777.68을 기록한 코스피는 2거래일도 안 된 이날 오전 200포인트 넘게 내려 2,530대까지 밀렸다.
이번 급락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 밖으로 부진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작됐다. 연이어 공개된 미국 7월 실업률도 약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는 진단이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라는 클라우디아 삼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법칙이다.
주말에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 지분을 올해 들어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논란이 확산했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이끌어온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이 설계 결함으로 인해 생산이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악재가 누적되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시장이 주말에 나온 여러 악재를 반영하며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증시 바닥을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코스피가 적정 가치를 밑돌고 있는 저평가 상황"이라며 "유동성 변동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어 단기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갈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도 이날 개장에 앞서 코스피 2,550~2,620선을 지지선으로 봤으나, 벌써 이날 오전 장중 지수가 2,540선마저 무너졌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이 경기침체 수준임을 고려하면 코스피 기준 2,500 초반대가 바닥일 것"이라며 "그 수준까지 하락하면 다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급락이 실제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기보다는 과도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데 의견이 대체로 모인다.
서상영 연구원은 "최근 미 실업률 상승은 이민자 증가라는 공급에 의한 결과인 만큼 '삼의 법칙' 적용은 무리가 있다"며 "실업률을 계기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500선 중반까지 내려온 만큼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워낙 공포심리가 팽배한 데 따른 등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현시점 유효한 투자 전략으로는 "워낙 단기 급락 중이라 추격 매도에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것을 추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다른 경기지표가 침체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미 경기침체 내러티브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당분간 시장이 추가 조정 압력에 노출되겠으나 매도 실익은 낮아진 구간"이라며 투자 시 ▲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반도체와 조선 ▲ 금리상승 부담이 완화되는 바이오 ▲ 밸류업 모멘텀이 있는 금융 등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 대응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최근 시장의 조정을 채권과 주식 간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따른 과정으로 해석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증시의 안정을 위한 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제조업 PMI는 자체로 충격이었다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변화를 부추기는 촉매였다"며 "올해 채권과 주식의 수익률 격차가 1.7% 대 11.3%로 벌어져 있다. 금리인하 사이클에 들어선 만큼 수익률 차이가 역사적 평균에 맞춰질 때까지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하단을 3.8%로 예상하면서 "금리 바닥이 멀지 않았다. 금리 하락이 멈춰야 주가도 바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3.7%대 중반 수준에서 바닥을 잡으면 시장도 함께 바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는 오늘 밤 예정된 미 ISM 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수준을 보일 경우 경기침체 이슈가 완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또한 오는 6일 새벽에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통화정책과 경제동향에 대해 발언할 예정으로, 이때 고용 관련 언급을 통해 경기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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