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5일 주식시장이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휩싸이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는 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코스닥은 11.3%나 떨어진 691.28에 마감했다. 폭락세에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한 차례씩 일시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락을 면치 못하는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12.4% 폭락했고, 대만과 홍콩 증시도 크게 하락했다. 며칠 전만 해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하 신호에 서머랠리를 기대했던 글로벌 증시에 갑자기 한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글로벌 주식 투매를 촉발한 것은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 부진이다. 이달 1일(현지시간) 나온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와 2일 발표된 7월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면서 강한 경기 위축 신호로 작용했다. 특히 7월 실업률은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4.3%)를 기록했고, 비농업 부문 고용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 주식 지분을 올해 들어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소식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이끌어온 엔비디아의 제품이 설계 결함으로 생산이 지연됐다는 보도가 주말새 나오는 등 미국발 증시 악재가 겹쳤다.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중동 지역 불안마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증시 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한꺼번에 0.5%포인트 금리를 내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같이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수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긴 하다. 2분기 한국 경제는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도 조심스럽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뜩이나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을 더욱 자극하고, 가계 부채 급증세도 덩달아 심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책 당국으로서도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인 '딜레마'에 봉착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지만 묘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복합적인 위기에 정교하고도 면밀하게 대응하는 정책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당장 정부가 곧 발표할 부동산 대책부터 국내외 동시다발적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지혜를 담기 바란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에만 매달린 정치권도 하루빨리 경제살리기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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