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복식 승리에 경기장서 '국기가' 제창…中CCTV, 일부 중계 후 방송 종료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대만 리양-왕치린 조(세계 랭킹 12위)가 중국 량웨이젠-왕창 조(랭킹 1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자 대만과 중국 매체의 반응이 '환호와 침묵'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5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리양-왕치린 조는 전날 결승전에서 2-1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만의 이번 올림픽 첫 금메달이다.
두 사람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중국 복식조를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바 있다. 차이잉원 당시 정부는 이들이 "대만인의 기백을 보여줬다"며 귀환 여객기를 공군 전투기로 호위하기도 했다.
연합보·자유시보 등 주요 대만 매체들은 "올림픽 사상 첫 배드민턴 남자 복식 2연패"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두 사람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다.
올림픽 규정상 '대만'이나 '중화민국' 국호를 쓸 수 없었던 이들은 '중화 타이베이'(차이니즈 타이페이)라는 명칭이 쓰인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올림픽 기간 대만 국기(청천백일만지홍기)를 꺼냈다가 중국 관중과 마찰을 빚은 대만 관람객의 사례가 있는 등 경기장에서 '대만'을 상징하는 응원은 제약됐다.
그러나 리양-왕치린 조가 금메달을 따낸 뒤 경기장 시상식에서는 '대만 국가'(중화민국 국기가)가 울려 퍼졌고 대만 관중은 노래를 제창했다. 리양은 "프랑스 올림픽에서 국기가를 들을 수 있어 무척 감동적"이라며 "지난번에는 사람이 없어 함께 부를 수 없어서 우리 둘만 불렀다"고 말했다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대만 타이베이 기차역 앞에서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본 대만인들도 국기가를 함께 불렀다.
타이베이역에 나온 장랴오완젠 대만 교육부 정무차장(차관)은 소셜미디어에 "흥분해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썼고, 예빙청 정무차장 역시 "두 사람이 지치지 않고 싸워 우리가 파리올림픽에서 국기가를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신중한 침묵'을 이어갔다.
종목별 중국 선수들의 경기를 빠짐없이 중계·보도한 중국중앙TV(CCTV)는 당초 편성표에 들어 있던 이번 결승전 중계를 갑자기 취소했다가 일부만 방영하기도 했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 중국 해설가인 쑨닝즈는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에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은 신호가 없다(방송이 안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3·4위전은 정상적으로 생중계되고, 결승전은 민감한 이유로 신호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은 전했다.
CCTV는 실제 결승전이 시작되자 방영 시간을 몇 차례 미루다가 2세트에 이르러서야 중계를 시작했고, 전체 76분 경기 중 40분만 전파를 탔다. CCTV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방송을 종료했고 시상식 장면은 송출하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은 량웨이젠-왕창 조의 패배 소식을 짤막하게만 전하거나 거의 언급하지 않았으나 경기 후 중국 웨이보에서는 전날 결승전과 관련한 해시태그가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심판이 중국에 불리하게 득점·실점 판정을 했다고 비판해 수천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대만 매체들은 대만 복식조의 선전을 축하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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